오바마, 김용 美다트머스대학 총장 세계銀 총재 지명
김용(미국명 Jim Yong Kim·53)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차기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지명한 것은 세계은행 총재를 미국이 독점해온 것에 대한 신흥국들의 반발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김용 美다트머스대학 총장 세계銀 총재 지명
김 총장은 2009년 아시아계 중 처음으로 아이비리그(하버드,예일대 등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총장으로 임명됐다. 1959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갔다.

브라운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냈다. 2006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앞서 2005년에는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미국의 최고지도자 25명’에 뽑히기도 했다. 김 총장은 중남미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구호활동을 벌여왔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아 에이즈 치료를 위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모두 서방세계가 독점한다는 신흥국의 비판을 의식, 김 총장을 총재로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인종적으로 개도국 인사인데다 국제적 지명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을 후보로 올려놓고 저울질해왔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스스로 총재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서머스 교수는 재무부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인사여서 미국 측이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삭스 교수는 친개도국 성향을 갖고 있어 선뜻 임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은행 총재 후보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며 “많은 국제경험을 가진 김 총재가 세계 최대의 개발기구를 훌륭히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장성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