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관세 낮아진 농축산물…정부 "대형마트에 가격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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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은 2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유통 등 4개 대형 유통업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요청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를 낮춰 한·미 FTA 효과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오 차관은 간담회에서 “최근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안 요인이 산적해 농산물과 식품 가격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미 FTA로 관세가 낮아지는 품목에 대해 세율 인하폭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을 조기에 인하해 달라”고 정부 방침을 전달했다.
지난 15일 한·미 FTA 발효에 따라 관세가 곧바로 철폐된 미국산 농산물은 전체 협상 대상 1813개 품목 중 58.7%인 1065개다. 수산물도 205개 중 150개의 관세가 없어졌다. 이 품목들은 대부분 제분용 밀이나 사료용 곡물, 꽃 종자, 종축(번식용 가축) 등으로 서민들의 체감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세가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품목들 중에는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농수산물이 많다. 오렌지의 관세는 50%에서 30%로, 포도는 45%에서 24%로 낮아졌다. 미국산 소고기는 올해 2.7%, 돼지고기는 2.3% 각각 관세가 떨어진다. 이날 참석한 유통업체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세 인하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미 발효 전에 들여온 물량을 제외하고는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정부가 인하폭까지 제시하며 유통업체들의 판매가격을 따지는 것은 시장 기능을 침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미 FTA로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농수산물은 전체 협상 대상 품목 1938개 중 32.8%인 636개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