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고금리 왜 안떨어지나 봤더니
중소기업에 어렵사리 취직한 김모씨는 500만원이 갑자기 필요해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거절당했다. 대학 시절 연체 때문이었다. 이 돈을 반드시 구해야 했던 그는 대출을 알선해 준다는 전단지를 보고 전화했다. 그는 대출 중개업자의 주선으로 한 저축은행에서 연 29%로 대출을 받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우리도 중개업자에게 5~6%의 수수료를 줘야 해 금리를 낮춰주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캐피털, 대부업체 등 2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용대출을 늘리면서 건당 대출액의 6%에 달하는 고율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대출모집인과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중개수수료 상한을 5%로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4개월 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사이를 노린 것이다.

대형 카드사도 대출 모집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카드는 최근 서울 소재 대출 모집법인 L사와 자사 신용대출 및 전세론 관련 상담을 하고 대출을 내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2금융권 회사들이 이처럼 대출 중개업체를 이용하다 보니 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캐피털 업체들은 신용대출 고객에게 대부분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받고 있다. BS캐피탈에서 대출받은 사람 중 95.8%는 연 25~29.9%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한국씨티그룹캐피탈(93.9%) 롯데캐피탈(89.1%) 하나캐피탈(63.4%) NH캐피탈(57.8%) 현대캐피탈(57.0%) 등도 대출 고객의 절반 이상에게 연 25% 이상 고금리를 물리고 있다.

고율의 대출 중개수수료는 대출 이용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한 대출 중개법인이 최근 대출상담사에게 제시한 계약 조건을 보면 저축은행에 대출 고객을 끌어다줄 경우 대출액의 5.5~6.0%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한 대출상담사는 “금융사와 중개법인들은 신용등급이 낮아도 자체 등급으로 대출을 해준다”며 “실제로 신용등급 9등급 이하 저신용자라도 데려오기만 하면 대출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출 중개수수료가 높다 보니 대출 중개 또는 대출 상담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캐피털 등 5개 금융권 협회는 2010년 8월부터 금융연수원과 보험연수원을 통해 2주간 온라인 교육만으로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2010년에만 9200여명이 이 교육을 받고 대출상담 자격을 갖췄다. 지난해에는 2만1700여명이 교육을 수료했으며 올 들어서도 4200여명이 대출상담사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1만8400여명이던 대출모집인은 현재 5만3500여명에 이른다.

상당수 2금융권 업체가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대출모집인과 계약을 맺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개수수료만 낮춰도 금리를 연 10%대 후반이나 연 20%대 초반까지 내릴 여력이 생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를 낮춰 실제 금리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