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중고폰 매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휴대폰 신제품 시장이 고가의 스마트폰 위주로 바뀐 탓이다. 값싼 스마트폰을 찾거나 일반폰(피처폰)을 쓰려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이 중고폰 시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50개 매장서 중고폰 매매

KT는 매장에서 중고폰을 구입하거나 자신의 중고폰을 감정받아 팔 수 있는 ‘올레 그린폰’ 서비스를 22일 시작했다. 올레 그린폰 서비스는 전국 250개 매장에서 시행된다. 2000개가 넘는 전국 KT 매장의 10% 수준이다.

매매가 가능한 폰 숫자는 아직 많지 않다. 애플 아이폰3GS와 아이폰4 모두 소비자가 매장에 와서 자신의 중고폰을 팔 수는 있지만, 사려고 하면 아이폰3GS는 안 되고 아이폰4만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은 피처폰 위주로 살 수 있다.

KT는 매매 가능한 휴대폰 종류를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쓰던 휴대폰을 제값을 받고 팔고 고가의 휴대폰을 싸게 사려는 현명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낭비를 줄이고 고객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중고폰 거래

SK텔레콤도 다음달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지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로부터 중고폰을 사들이는 ‘T에코폰’ 제도를 운영했으나 고객에게 중고폰을 팔지는 않았다.

통신사들이 중고폰 매매에 나서는 것은 중고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국내에서 아이폰3GS가 출시된 이후 80만~9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거 나오면서 중고폰 거래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중고폰은 통상 신제품의 50% 이하 가격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 최대 휴대폰 커뮤니티사이트 세티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중고폰 거래는 매달 20% 이상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월 1만건 수준이던 중고폰 거래량은 올 1월 1만4000건으로 늘었고 2월에는 1만7000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중고폰은 품질을 믿을 수 없어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에 거래되는 휴대폰은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재사용이 가능한 휴대폰도 가정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들은 팔아서 남는 게 별로 없는 중고품 판매를 꺼려왔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직접 나서게 됐다.

◆아직은 단말기 제약 많아

통신사들이 중고폰 판매에 나서게 된 이유는 또 있다. 통신사들이 마진이 높은 4G(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위주로 신규 휴대폰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3G 스마트폰이나 일반폰을 구매하고 싶어도 새로 나온 제품이 없어 원하지도 않는 LTE 폰을 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신사들로서는 중고폰 시장을 활성화해 쓸 만한 3G 스마트폰이나 피처폰을 회수해 팔면 소비자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도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구매하면 제품 보증이나 서비스 상담 등을 받지 못했는데, 통신사 매장을 통하면 이런 불편함이 사라진다. 비싼 최신형 LTE폰이 필요 없는 소비자들은 싼값에 통신사 매장에서 휴대폰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