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쓰면 다소 엉뚱하고 재미있는 영상이 여러 개 뜬다. 헤비메탈 공연 실황, 차들이 소음을 내고 달리는 뮌헨의 8차선 도로,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공항, 그 낯선 풍경 속에 첼로 독주를 즐기는 그가 있다. 악기 보험료만 연 1000만원에 달하는 1727년 베네치아산 마테오 고프릴러 ‘엑스 샤피로’를 도로 한복판에 내놓고 연주하다니.
2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미셸 플라송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엘가 협주곡을 연주한다. 오는 6월5일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브리튼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도 들려준다. 그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클래식 음악은 공연장에서만 듣는 게 아니고 일상의 어디서든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몇 년 전 코펜하겐에서 열린 헤비메탈 축제 때는 야외 공연장에서 쇼스타코비치 첼로곡을 연주하기도 했죠. 10년 전에는 메탈리카 공연 때 그들이 등장하기 직전 바흐 무반주곡을 연주했고요. 록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미친듯이 함성을 지르고 엄청나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죠. 저는 이런 게 무척 즐거워요.”
세계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에게 협연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것에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 그는 “재즈, 록, 팝 음악가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데 클래식 음악가들은 혼자 실력을 쌓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서인지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며 “연주는 기술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를 첼로의 세계로 끌어들인 건 요요마였다. “다섯 살 때였어요. 요요마가 슈만 협주곡을 리허설하는 걸 뮌헨에서 듣고 피아노 교사였던 엄마에게 첼로를 배우겠다고 했죠. 7년 전 뉴욕에 갔을 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리허설 중인 그를 찾아가 어릴 적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첼로와의 인연이었지만 연습벌레는 아니었다. 축구를 즐기고,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열 살이 훌쩍 넘어 ‘이제 제대로 해봐야겠다’ 싶어 빠져들었다. 지금도 고향 뮌헨에서 쉴 틈이 생기면 친구들을 다 불러서 축구를 하거나 스키를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도 취미다.
앨범 녹음 일정도 꽉 차 있다. 지난해 브리튼 첼로 모음곡 음반을 오르페오 레이블로 출시했고, 내년에는 브리튼 100주년을 기념해 유카페카 사라스테 지휘로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과 첼로 협주곡을 출시한다. 고전 양식의 첼로곡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우아하면서도 애수가 감도는, 힘 있는 음색으로 탈바꿈한다.
“고전 독주곡들은 우아하고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마력을 지녔어요. 바로크 프레이징은 짜릿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죠. 운 좋게도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나 음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엘가 협주곡으로는 낭만주의의 아름다움을, 6월 독주에서는 작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고 싶어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