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30) 흔들리는 리보
리보 금리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대형 은행들이 리보 금리를 조작해 왔다는 믿기지 않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리보 금리를 퇴출시키고 대체할 금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급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리보(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란 세계 금융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런던에서 우량 은행들 사이에 대출이 이루어질 때 적용되는 금리다. 명칭에 Offered란 말이 들어간 것은 20개 은행들이 각 통화로 이루어지는 은행 간 대출에 대해 이 정도의 금리를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이를 평균해서 산출되기 때문이다.

리보는 영국은행협회가 1986년 다양한 금융상품의 기준이 되는 금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고안함으로써 탄생했다. 이는 중앙은행 등 정부기관과 관련이 없는 순수 민간에 의한 기준금리라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상황을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리보는 근본적으로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라는 점에서 그동안 일부 조작의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임의성이 개재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데다가, 금리 결정 과정 정보에 대한 외부의 접근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를 결정하는 은행들이 자기들 사이에서 일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일종의 담합과 같은 형태의 조작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보는 은행 간에 이루어지는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이기 때문에 얼마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은행의 신용이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개별 은행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여지가 있었다.

또한 세계 각국이 리보에 얼마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붙인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리보는 세계 금리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리보에 대한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고 실제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심각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업혁명기 이후 명실상부하게 세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런던에서 만들어져왔던, 말하자면 세계 금리의 기준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리보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모두 작성된다는 점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최근 달러표시 대출에 적용되는 달러 리보는 0.47%, 엔화 대출에 적용되는 엔 리보는 0.19% 선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리보가 흔들리면 자본시장의 움직임에도 혼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리보가 한순간에 사라져 국제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길 일이야 없겠지만 리보의 도덕적 해이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개선할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