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교육, 스토리텔링 수학,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교육 당국이 암기·주입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추진 중인 핵심 정책들이다. 정부는 이 정책들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고 장담하지만 사교육업체들은 새 정책에 맞는 프로그램을 줄줄이 선보여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 사교육 수요를 줄이려고 내놓는 정책들이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독서 논술교육 전문업체인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은 최근 교과 간 융합, 교과 내 분야별 융합 추세에 맞춰 세계사를 과학기술 발달과 대륙별 역사·문학·인물 등을 통해 학습하는 프로그램인 ‘역사와 과학기술이 만난 세계사 히스토리언스’와 ‘대륙별 세계사 뛰어넘기’를 내놨다. 교원의 초등학생용 전집브랜드 ‘교원 ALL STORY’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여러 교과를 연계해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대교도 국어·사회·과학 등 교과 간 흩어져 있는 지식을 주제별로 통합한 전집 ‘점프마스터’를 선보였다. 비상교육의 초등학생 대상 교육사이트 아이수박씨(www.isoobakc.com)는 영어로 과학을 배우는 신개념 융합강의인 ‘쇼킹 싸이언스’를 지난 9일 개설, 회원들에게 무료로 오픈했다.

2013년부터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바뀌는 수학교육에 대비한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두산동아의 초등학습사이트 ‘완두콩수학’은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학습기법을 강의에 도입했다. 천재교육은 ‘멘토 창의서술형 수학’을 최근 출시했다.

교육업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활용한 스마트 교육 분야에서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두산동아는 국어·수학·영어·과학 등 모든 과목의 콘텐츠를 온라인화하고 인터넷에서 관련 동영상과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더존E&H는 컴퓨터를 활용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뮤직큐’를 내놨다.

정부가 영어 사교육을 잡겠다고 내놓은 NEAT도 사교육업체들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형 토익·토플’로 불리는 NEAT는 올해 대학입시부터 시범 적용된다. YBM시사닷컴은 최근 경기도 일산에 NEAT 전문 학원 ‘YBM NEAT 어학원’ 1호점을 열었다. 청담러닝은 NEAT 시험과 중·고교 서술형 내신을 대비하는 오프라인 학원인 ‘표현어학원’을 출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달라질 때마다 교육 업체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새 정책들이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업체들의 경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