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스미스 씨의 폭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골드만삭스에서 파생상품 판매를 담당했던 그레그 스미스라는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뉴욕 월가에서 연일 화제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고객을 ‘멍청이'로 부르며 고객 이익은 뒷전이고 회사의 이익만 앞세우는 기업으로 전락했다는 게 글의 요지다. 그의 폭로에 대해서는 탐욕에 눈이 먼 골드만삭스의 치부를 용감하게 고발했다며 월가에서도 대체로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 측은 조직에 불만을 가진 직원의 돌출행동 정도로 치부하려는 눈치지만 따가운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채담보부증권(CDO)펀드를 사기 판매했다가 5억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기로 한 전력이 있다. 불과 2년 전이다. 스미스 씨의 폭로가 맞다면 그 이후로도 골드만삭스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코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스미스 씨의 기고문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도, 놀라운 일도 아니며 업계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라고 적고 있다. 다만 “조직 내부의 일을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골드만삭스의 오랜 불문율이 깨진 것이 오히려 훨씬 더 놀라운 일”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물론 대다수 월가 투자은행들이 여전히 어려운 금융용어와 감언이설로 고객들을 미혹해 자신들의 잇속부터 챙기고 있다는 말이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유럽의 금융당국이 자기매매와 레버리지 제한 등 투자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장치를 마련한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그러나 이번 골드만삭스 사태는 그런 규제가 별 소용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 요즘 미국 증시는 나스닥지수가 11년 만에 3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보장하겠다는 미 중앙은행(Fed)의 약속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행태를 보면 주가 급등의 이면에 지금도 또 다른 탐욕의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내 사정은 어떨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불완전판매, 11·11옵션쇼크, ELW전용선 문제 등 여러차례 우여곡절을 겪었고 금융당국도 나름의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거의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완전판매를 막는다며 판매직원 자격강화 방안이 나왔지만 극히 형식적인 것이어서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옵션쇼크 대책은 지금도 결론을 못 내렸고 ELW시장 건전화를 위한 호가제출 제한은 증권사들의 반발로 시행하자마자 다시 규제완화 이야기가 나오는 형국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다 정작 규제를 풀어야 할 부분은 강화하고 반대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곳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엉뚱한 처방이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고객들을 금융회사의 ‘봉’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국내 주가도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분위기가 모처럼 달아오르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안 들린다. 그보다는 왜 내 펀드는 아직 이 모양이냐며 고수익 상품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유인하기에 제일 좋지만 고객은 ‘멍청이’가 되기 십상인 때라는 얘기다. 골드만삭스 일이 그저 바다 건너의 일로 끝났으면 좋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코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스미스 씨의 기고문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도, 놀라운 일도 아니며 업계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라고 적고 있다. 다만 “조직 내부의 일을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골드만삭스의 오랜 불문율이 깨진 것이 오히려 훨씬 더 놀라운 일”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물론 대다수 월가 투자은행들이 여전히 어려운 금융용어와 감언이설로 고객들을 미혹해 자신들의 잇속부터 챙기고 있다는 말이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유럽의 금융당국이 자기매매와 레버리지 제한 등 투자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장치를 마련한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그러나 이번 골드만삭스 사태는 그런 규제가 별 소용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 요즘 미국 증시는 나스닥지수가 11년 만에 3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보장하겠다는 미 중앙은행(Fed)의 약속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행태를 보면 주가 급등의 이면에 지금도 또 다른 탐욕의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내 사정은 어떨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불완전판매, 11·11옵션쇼크, ELW전용선 문제 등 여러차례 우여곡절을 겪었고 금융당국도 나름의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거의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완전판매를 막는다며 판매직원 자격강화 방안이 나왔지만 극히 형식적인 것이어서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옵션쇼크 대책은 지금도 결론을 못 내렸고 ELW시장 건전화를 위한 호가제출 제한은 증권사들의 반발로 시행하자마자 다시 규제완화 이야기가 나오는 형국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다 정작 규제를 풀어야 할 부분은 강화하고 반대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곳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엉뚱한 처방이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고객들을 금융회사의 ‘봉’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국내 주가도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분위기가 모처럼 달아오르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안 들린다. 그보다는 왜 내 펀드는 아직 이 모양이냐며 고수익 상품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유인하기에 제일 좋지만 고객은 ‘멍청이’가 되기 십상인 때라는 얘기다. 골드만삭스 일이 그저 바다 건너의 일로 끝났으면 좋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