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들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지난해 15조3768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체 진료비 46조2379억원의 33.25%에 달하는 규모다. 노인 인구가 51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5%인 점을 감안하면 노인들이 다른 연령층보다 3배 정도 의료비를 더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18년께는 노인 의료비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계산이 이미 나와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도 불보듯 뻔하다. 올해도 1772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관계 당국은 추산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이다. 노인들의 진료비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노령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2017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다.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노인 의료를 개혁해야 한다. 의료비 구성 항목과 시스템이 어디서 왜곡돼 있는지 살펴보고 더 늦기 전에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병원 생태계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만성질환 환자는 81.3%에 이른다.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장기적인 진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를 과도하게 활용하거나 심지어 병원을 순례하다시피 하는 의료 쇼핑까지 노인들에게 만연해 있다. 도덕적 해이는 공급자인 의사와 병원에서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 웬만한 병원들은 단층촬영장치(CT)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CT장비 수가 미국과 맞먹는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수도 OECD평균보다 훨씬 높다. 이런 장비는 물론 병원 수가를 높이고 보험 진료비 증가를 유도한다.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과잉 검사를 하는 것이 의료계의 상황이다. 건강보험을 유지관리하는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는 데까지는 줄여가야 한다.

노인 의료비의 급증은 결국 건보재정을 위협하면서 국가의 재정건전성도 갉아 먹는다. 예방부터 치료 재활까지의 전 과정에서 재정적 구멍이 있는 곳은 지금 틀어막아야 한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굴러가기 시작하면 이미 때는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