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경남대 총장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외교안보 싱크탱크 키웠죠"
“북한에 대한 연구는 정권의 색깔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극동문제연구소가 지난 40년간 동북아 안보에 대한 연구를 일관되게 해왔다는 점에서 감회가 깊습니다.”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사진)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개소 40주년을 맞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 국제관계, 남북관계, 동북아지역 등 총 120여권의 연구 단행본을 냈고 97회의 국제학술회의를 연 외교안보 분야 대표 싱크탱크다.

연구소는 박 총장이 경남대 학원장을 맡은 지 2년째인 1972년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전체 학과 4개에 전교생이 1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던 경남대를 살려야 한다는 각오로 박 총장이 띄운 승부수였다. 박 총장은 “당시 북한 연구의 90%는 반공교육에 대한 것으로, 선정적인 북한 비난을 실으면 훌륭한 연구라고 칭찬받던 시절”이라며 “북한을 객관적이고 학문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경남대의 대표상품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극동문제연구소의 전신인 ‘통한문제연구소’는 박 총장과 연구진, 서무직원 1명이 전부인 조촐한 규모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1974년 국내에서 최초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외교안보 분야 국제학술회의를 열자 연구소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제임스 몰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 당대 최고의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 회의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규모 외교안보 분야 국제학술회의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반공의식이 극대화한 상황이어서 북한에 대한 자료 수집도, 연구 발표도 수월치 않았다. 박 총장은 “당시 기관에서 보유 중이던 북한 자료는 직접 반출할 수 없어 직접 손으로 요약본을 정리하는 식으로 자료를 수집했다”며 “일본 조총련계 서점, 홍콩의 중국 공산권 서점, 미국 뉴욕의 공산권 서적 전문점 등을 찾아다니며 구한 자료를 공항에서 들여오다 검색대에서 망신을 당할 때면 ‘연구소 문을 닫아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모은 자료가 모두 북한 연구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 극동문제연구소의 북한 관련 자료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극동문제연구소는 개소 40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동북아시아 핵문제의 재고’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