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 하라면서…사람도 맘대로 못뽑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경제자유구역이 글로벌 경제특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명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청장(사진)은 19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첨단산업기반과 물류, 관광레저가 결합된 최상의 비즈니스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3일 개청 8주년을 맞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은 그동안 60건, 13억2000만달러의 해외투자유치 실적을 올렸다.

하 청장은 “국내 750개 기업을 포함, 경제자유구역 입주기업이 신고기준으로 810개가 넘는다”며 “올해 안으로 이들 기업의 입주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자동차 조선 기계 항공 등 첨단산업 분야 중심으로 2억40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 청장은 목표 달성을 위한 조건으로 예산과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경자청의 연간 예산은 690억원 수준으로 중앙 정부와 부산시·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도가 사실상의 채용권한을 갖고 있다”며 “연간 해외로드쇼만 30회가량 나가지만 이를 위한 전문계약직을 뽑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자청은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인건비를 국비에서 지원하고 자체 정원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하 청장은 올해 정부가 경기, 강원, 충북, 전남 등 4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신규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금 있는 6개 경제자유구역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 논리로 경제특구를 남발하는 것은 기존 자유구역의 투자 메리트만 감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청장은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와 병원 등 거주환경의 개선이 필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인천자유구역에만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됐지만 다른 자유구역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며 “교육과 의료 분야 규제를 풀고 기존 자유구역의 기반시설을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들어오는 국내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 청장은 “외국 기업은 조세와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지만 국내 기업은 인센티브가 없어 국가·지방산업단지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기업들도 협력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과 함께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