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인 "첫사랑 전문배우? 실제론 터프해요"
한가인(30)이 주연한 화제의 방송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은 모두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2004년 데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으로 등장했다. 배우 연정훈 씨의 부인인 그가 여전히 뭇 남자들의 로망으로 자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7년 만에 인터뷰에 나선 그를 19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사랑이란 얌전하고 청순한 이미지잖아요. 실제 제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지만 그런 배역에 캐스팅되는 걸 보면 제게 그런 부분이 있나봐요. 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즐겁고 뿌듯해요.”

세 작품 속 첫사랑의 이미지는 약간씩 다르다. ‘말죽거리…’의 여고생 은주는 ‘나쁜 애’였을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좇아 양다리를 걸쳤으니까. 그만큼 더 순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해품달’에서는 캐릭터를 앞세우기보다는 드라마틱한 상황에 충실한 인물이다.

“‘해품달’의 연우처럼 모든 것을 다 감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어떤 여배우가 맡았어도 안티 팬이 100만명은 될 거라고 예상했어요. 연기력에 관한 ‘악플’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거죠. 비판은 수용하겠지만 일방적인 비난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연우처럼 말이죠.”

‘해품달’이 시청률 40%를 돌파한 힘은 강력한 스토리에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대본을 기다릴 정도로 스토리의 궁금증이 컸다는 것이다. 세 작품 중 자신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배역은 ‘건축학개론’의 이혼녀 서현이라고 했다.

“고슴도치처럼 힘든 현실과 마주하면서 건드리면 톡 터질 수 있는, 아픔이 있는 여자니까요. 술 마시고 욕하는 장면이 제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주변에서 얘기하더군요. 하하. 제가 여성스럽거나 곱고 여린 편은 아니거든요. 씩씩하고 당찬 남자 같아요. 장난기도 많죠.”

그는 극중 초반에는 날이 선 듯 까칠한 면모를 드러낸다. 첫사랑 남자와 소통이 잘 되지 않자 “더럽게 재수없어”라며 벌떡 일어선다. 시간이 흐르면서 추억여행을 통해 서서히 치유돼 예전의 명랑하고 쾌할한 시절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반성문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용주 감독이 남자 주인공 승민과 똑같아요. 첫사랑은 원래 서투르잖아요. 감정은 절절한데 표현 방법을 모르거든요. 그 시절의 시행착오가 인생에서 소중합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던 느낌을 영화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어요.”

남녀 주인공은 15년의 시차를 오간다. 한가인은 대학시절 역을 맡은 수지(걸그룹 미쓰에이)에 대해 이목구비가 닮지 않았어도 이미지와 느낌이 비슷했다고 평가했다. 상대 역 엄태웅과 그의 대학시절 배역 이제훈이 외관상 더 닮았다고 했다.

앞으로는 높은 지위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조폭이든 소매치기든 조직의 맨 윗자리 역할을 하면 신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