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남성 불임, 생활습관 고치는 게 우선
최근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불임으로 고민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임 진료 환자는 연평균 5.8%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1.3%로 여성(4.8%)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이 같은 남성 불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자 형성 장애가 꼽힌다. 정자 수 및 정액 양이 적거나 정자의 질이 나빠 수정능력이 떨어져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이재석 미즈메디병원 비뇨기과 과장(사진)은 “1940년 ㎖당 1억마리였던 정자 수가 50년 뒤 6000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며 “잘못된 생활습관만 고쳐도 불임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먼저 고환은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정자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환의 온도는 체온보다 1~2도 낮게 유지하는 게 정자 형성에 최적이다. 고환 온도가 올라가면 정자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기형정자가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잦은 사우나와 장시간 운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는 습관 등은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계정맥류도 고환 온도를 높이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음낭 내 고환의 정맥이 확장되면서 고환 피부 밖으로 혈관이 보이거나 손으로 만졌을 때 라면 가닥 같이 만져지는 질환으로 1차 불임 남성의 35%, 2차 불임 남성의 80%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진 것으로 보고됐다.

흡연과 음주는 멀리하는 것이 좋다. 미국 버팔로 정자연구소에 따르면 담배에서 나오는 많은 화학 물질이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세포에 균열을 일으켜 유전물질인 정자의 DNA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니코틴은 정자 활동성을 비이상적으로 느리게 해 정자가 난소에 도달하기 전에 죽게 만든다. 과도한 음주도 마찬가지다.

환경호르몬과 전자파가 정자 수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덴마크 연구진은 “15년간 관찰한 결과 정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발표해 앞선 주장을 번복했다. ‘환경호르몬이 정자 수를 줄인다’는 주장은 지난 20여년간 정설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것.

이 과장은 “환자들이 플라스틱 제품이나 휴대폰 사용 등으로 정자 수가 감소되는지 묻는데 연관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그래도 의심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