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새 대통령에 지난달 여야 합의로 추대된 옛 동독 민주화 운동가 출신 요하임 가우크(72)가 선출됐다.

독일 하원의원과 16개 주의회 대표 1240명으로 구성된 연방총회에서 가우크는 18일(현지 시간) 총 유효표 1232표 중 991표를 얻어 언론인이자 나치전범 추적자로 유명한 베아테 클라르스펠트 후보(73)에 압승하며 독일 제 11대 대통령으로 뽑혔다. 가우크는 기독교민주당과 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된 집권 중도우파 연립정권은 물론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동독 공산당 출신과 사민당 내 좌파가 탈당해 만든 ‘좌파당(Die Linke)’이 내세운 후보인 클라르스펠트 후보는 12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가우크는 최초의 옛 동독 출신 독일 대통령에 올랐다. 또한 국가 수반인 대통령과 실권자인 총리 자리를 모두 옛 동독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가우크는 1940년 독일 북부 해안 도시인 로스토크에서 태어났다.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27세 때 개신교 목사가 됐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동독 민주화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로스크시의 반체제 운동 단체인 ‘새 포럼’의 대변인을 맡아 활동한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이듬해 통일될 때까지 동독 비밀경찰에 의해 철저한 감시를 당했다. 1990년 6월엔 인민의회(지방의회) 선거에서 당선됐다.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 10월부터 2000년 말까지 옛 동독문서관리청의 총괄책임자로 일했다. 이곳에서 그는 동독 공안조직인 ‘슈타지’가 보유한 다양한 문서를 관리했다. 2010년 6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 당시 그는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지원하는 후보로 나서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과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으나 패했다.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수반이며 법안과 국제 조약 등에 대해 최종 서명권을 갖고 있으나 권한이 매우 제한돼 있다. 다만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누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인지 결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가우크의 전임자인 크리스티안 불프(52)는 기민당 소속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원을 받아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부패 추문으로 지난달 중도 퇴진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