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용선료 달라"…해운업계 줄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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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1700만弗, STX 500만弗 못 받아
"BDI 연내 회복 힘들 것"…'위기 재연' 공포
"BDI 연내 회복 힘들 것"…'위기 재연' 공포
○해운업계 ‘줄소송’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과 중견 벌크선사인 TPC코리아는 그리스 알리드마리타임을 상대로 이달 초 미국 일리노이주 법원에 ‘룰 비 어태치먼트(rule b attachment)’를 제기했다. 룰 비 어태치먼트는 상대방의 자금을 동결해서 채권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해운업계에서 채무자를 압박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으로 사용한다. STX팬오션과 자회사인 STX팬오션UK, STX걸프시핑DMCCO 등은 총 8척의 선박에 대해 500만달러의 용선료를 받지 못했다. TPC코리아는 3만3700DWT(재화중량톤수)급 선박 한 척의 용선료 100만달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달 미국 앨라배마주 법원에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해운사 그랜드차이나에 장기 임대한 20만7900DWT급 벌크선에 대한 용선료를 받지 못해서다. 체납 규모는 지난달 현재 1690만달러가량이지만 이자 등 다른 비용을 합치면 받아야 할 금액이 2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용선료 회수 협상을 해오다 체납 규모가 계속 불어나자 결국 소송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난에 빠진 알리드마리타임과 그랜드차이나는 국내는 물론 해외 선사들로부터도 줄소송을 당한 상태다.
○금융위기 공포 재연되나
선사들이 용선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해운시황 회복은 더딘 반면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컨테이너선은 인위적인 운임 상승 노력으로 그나마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벌크시황은 올해 안에 회복이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64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간신히 800대를 회복했다. 통상 대형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을 BDI 2000~2500 선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굴지의 글로벌 선사까지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일본 최고 선사인 산코라인은 고유가와 과도한 용선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이달 초 채무 조정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최대 석유·가스 수송업체인 PT베를리안 라주 탱커 역시 지난달 말 4600만달러의 채무 상환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으며, 세계 최대 유조선사인 노르웨이 프런트라인도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1분기에 BDI가 너무 많이 빠지면서 올해 평균 BDI가 당초 예상치인 1600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건화물 물동량 증가세가 더딘 데다 선박 공급 과잉까지 지속돼 국내외 벌크선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용선료 소송이 난무했던 2009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대한해운은 12건의 용선료 소송에 휘말렸고, 지난해 1월 과도한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