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이 병원 등에서 쓴 진료비가 15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 국민 진료비 46조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노인 인구가 518만명으로 전체의 10.5%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평균 3배가량 의료비를 쓴 셈이다.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 차지

노인 병원비 年15조…건보재정 위협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물리치료비 명목으로 전국 각 병원에서 지급한 진료비만 1조원이 넘는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물리치료 환자의 상당수는 장시간 근로에 따른 관절 계통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워 대부분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물처방과 함께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8일 발표한 ‘2011 건강보험주요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15조3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전체 의료비 증가율 5.1%에 비해 3.7%포인트나 증가율이 높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작년 건강보험 가입자는 1명당 94만원을 지출해 총 진료비가 46조237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6% 늘어난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인 진료비는 전체의 33.3%인 15조3768억원이었다.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을 노인이 차지한 셈이다. 2002년 이 비율은 20.1%에 불과했다.

노인 진료비는 지난 10년간 연 평균 16.9%나 급증했다. 노인 월 진료비의 경우 2002년 9만4405원에서 작년에는 24만7166원으로 2.6배 늘어났다.

노년층 중에서도 85세 이상의 진료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월평균 진료비는 32만5370원으로 지난 10년 동안 5배 이상 늘어났다.

○2018년엔 노인진료비가 절반

노인 의료비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노인 인구 증가다. 고령화가 전체 의료비 총액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노인 인구는 2002년 334만5000명에서 2003년 354만1000명, 2004년 374만8000명 등 매년 늘어나 2006년(407만3000명) 400만명을 넘었고, 지난해 500만명을 돌파했다. 노인 인구가 10년 만에 55%가량 급증한 것이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 가운데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이 기간 7.2%에서 10.5%로 대폭 높아졌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2018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17%로 늘어나고, 이들의 의료비 비중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0~206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0년 545만명(전체 인구의 11%)에서 2030년 1269만명(24.3%), 2060년 1762만명(40.1%)까지 늘어난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50년 정도 뒤에는 전체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이 고령 인구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2028년에는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8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2010년 37만명(0.7%)에서 2060년 448만명(10.2%)으로 10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보재정 위협…대책 마련 시급

노인 의료비 급증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10년 1조3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600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보험료율(5.9%) 인상과 의약품 목록정비나 치료재료 가격조정 같은 지출 구조조정이 효과를 본 덕분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다시 1772억원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년 10조원 이상 쓰이는 노인 의료비가 결정적인 부담이다.

건강보험 재정에는 매년 5조원가량의 국고가 지원되고 있다. 올해만 예산(일반회계) 4조3434억원과 건강증진기금 1조631억원의 지원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도 노인 의료비 급증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은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화는 건강보험을 포함한 각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오는 9월 발표할 장기전략 보고서에 고령화 대책이 중요 과제로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