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살 돈이면 美 골프장 사겠네
미국에서 18홀짜리 골프 코스를 구입하려면 평균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부동산회사 마커스&밀리찹에 따르면 답은 300만달러다. 원화로는 약 34억원이다. 뉴욕 맨해튼이나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면 골프장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는 셈이다. 2007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미국 골프장의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다시 골프장을 사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프장을 싼값에 쓸어담자

대표적인 투자자는 미국의 유명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는 지난달 마이애미에 위치한 ‘도럴골프리조트’(사진)를 1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모건스탠리가 5년 전 사들였다가 지난해 존 폴슨의 헤지펀드 폴슨앤코에 팔았던 골프장이다.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캐딜락챔피언십’이 열렸던 ‘블루몬스터 골프코스’가 이 리조트 안에 위치해 있다.

아널드 파머 골프매니저먼트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피터 나눌라는 아예 5000만달러를 투자해 2010년 ‘콘서트 골프 파트너스’라는 골프장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를 통해 플로리다의 ‘히드로 컨트리클럽’을 사들인 그는 현재 4개의 골프장을 추가로 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최대의 호화주택 건설업체인 톨 브러더스는 프라이빗골프장을 사들이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때까지 골프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그는 올해 말까지 개당 300만~400만달러에 3개의 골프장을 구입할 계획이다.

◆타이거 우즈 붐이 탄생시킨 비극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골프장을 사들일 정도로 가격이 하락한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미 전역에 골프붐이 일자 골프장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절정은 우즈가 US오픈에서 우승한 2000년이었다. 한 해 동안 400개의 골프장이 새로 생겼고 이후 700여개의 골프장이 더 지어졌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붕괴와 함께 금융위기가 터지자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며 위기를 맞았다. 때마침 2009년 우즈의 불륜사실이 알려지면서 10여년간 지속된 골프붐도 함께 사그라졌다. 문을 닫는 골프장이 새로 개장하는 골프장보다 많아지면서 2006년 이후 전체 숫자는 약 350개나 줄었다.

◆“공급과잉 해소되는 과정”

골프장 가격은 여전히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출이 끊겨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골프장을 사들일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수표를 쓸 수 없는 사람은 골프장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금을 주고 사들일 만큼 골프장 사업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타이거 우즈 붐에 너무 많은 골프장이 생겨났고 지금 그것들이 사라지는 과정”이라면서 “충분한 숫자의 골프장이 사라진 후에는 골프가 다시 좋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