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의 강봉균 민주통합당 의원이 엊그제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쏟아낸 고언(苦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여야가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경제 안정과 발전기반을 위협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하고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한·미 FTA를 결사 반대하거나 보편적 무상복지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선 안 된다”며 “민주주의 국가경영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의 정치 수준이기에 더 큰 울림을 주는 발언들이다. 그는 “국가경제 발전만을 고민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크게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34년 공직생활 동안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경륜을 가졌기에, 여야가 퍼주기 복지경쟁으로 나라를 망치는 데 대한 우려가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그는 12년 의정생활 동안 정책위 의장, 원내대표로서 당의 이념 편향을 막고 국민들에게 합리적 정당이란 이미지를 심는 데도 애썼다.

하지만 갈수록 좌경화하는 민주당 내에서 투쟁성이 부족하고 이념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졸지에 정치성이 없다는 간판을 달게 되었고 결국 민주당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로서는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다른 낙천자들과 달리 ‘탈당 후 출마’라는 공식 대신 정계 은퇴를 결정했으니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야권연대와의 공천과정에서 이념의 좌편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노이사(친노, 이대, 486)’와 종북 세력이 전통의 민주당을 장악한 결과다. 강 의원은 어찌 보면 좌파도 아닌 사람이 지역주의라는 낡은 정치 속에서 민주당에 볼모로 잡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방패막이가 필요 없어진 민주당이 그를 희생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강 의원은 10여년 몸담은 민주당을 떠나면서 “보다 폭넓은 계층에 안정감과 기대감을 줄 수 있는 포용력과 정책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은 그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