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설범식)는 고객 예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외환은행 전 지점장 정모씨(4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 초기에 강씨는 펀드 등 일체의 추가 운용을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3회 조사 때부터 ‘정씨가 계속 권유하자 피고인을 믿고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동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진술 내용이 일정치 않다”며 “피고인이 예금주로부터 자금관리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받은 후 예금주들의 자금을 입·출금하거나 외부 회사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식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은행에 예금된 돈을 다른 통로로 대출해준 것은 문제가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횡령죄가 성립치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2006~2010년 은행 고객에 대한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알게된 재일교포 사업가 강모씨 등 3명의 총 684억여원을 관리하게 됐다. 정씨는 이 돈을 분할해 펀드에 투자하고, 상장회사에 임의로 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운용했다. 하지만 투자한 펀드에 손실이 나고, 대출해준 회사가 상장폐지가 되자, 외환은행 측은 고객과 상의 없이 개인적으로 돈을 유용하고 타인에게 대여했다며 횡령죄로 정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손실을 본 강씨 등도 “상의없이 정씨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굴렸다”고 주장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