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지으라 할 땐 언제고…" 주민들 '분통'
서울시가 신반포6차 단지에 이어 신반포1차 단지의 고층아파트 건립 계획에 제동을 걸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은 서울시 보류 결정에 반발, 오는 22·23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형아파트 비율 확대를 거부하고 있는 개포지구에 이어 반포 일대 한강변 재건축 단지도 서울시 주택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강남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고층·고밀개발 악영향”

서울시가 신반포1차 아파트의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보류한 것은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무분별한 고층 아파트 건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최근의 정책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특별건축구역이란 용적률, 도로 사선제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초고층 건축이 가능하도록 허용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서울시는 신반포1차 조합이 요청한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관련, 서초구에 보낸 공문에서 △용도지역 관리 체계가 교란될 수 있고 △고층·고밀개발이 도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해온 반포 유도정비구역에 대한 개발 계획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도 재검토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변 초고층 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유도정비구역의 밑그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신반포1차의 고층 개발계획을 허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들 “더 이상 못 기다려”

신반포1차 주민들은 서울시의 보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할 때만 해도 3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신반포1차가 반포 유도정비구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원들이 “한강 초고층 재건축의 취지를 살려 최고 50층(평균 30층)으로 설계를 바꾸라”고 요구하면서 1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탓이다.

한형기 조합장은 “원하지도 않았던 초고층 설계안으로 바꾸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초고층이 안된다면서 건축심의를 보류하는 서울시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반포 유도정비구역 계획안이 언제 나올지도, 폐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라는 얘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가뜩이나 아파트가 낡아 세입자들도 기피할 정도였는데 그나마 있던 거래도 완전히 끊길 판”이라고 우려했다.

◆한강변 재건축 어떻게 되나

신반포1차의 건축심의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반포 유도정비구역을 비롯한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방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강변 재건축 추진 지역은 오 전 시장 때 지정한 반포, 망원 등 5개 유도정비구역과 압구정, 여의도 등 5개 전략정비구역 등 10곳에 이른다. 최고 50층으로 재건축해 한강변의 바람길을 열어주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계획이지만 올들어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해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변경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면 폐기 등의 방침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 유도정비구역

서울시가 한강변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2009년 지정한 구역.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도에 따라 고도제한 완화, 용적률 확대 등을 제공해 고밀도 개발을 유도한다. 압구정 여의도 이촌 성수 합정이 전략정비구역으로, 망원 당산 반포 구의·자양 잠실이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정선/박한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