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하이닉스 사장, 최태원 SK회장과 '궁합' 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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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로 옷을 갈아입은 하이닉스의 권오철 사장은 지난 달 주총을 통해 공동 대표가 된 최 SK 회장과의 '궁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권 사장은 13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SK에 편입된 하이닉스의 미래와 반도체시장 전망 등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SK텔레콤에서 하이닉스로 옮겨온 김준호 부사장, SK에너지 출신 박상훈 부사장, 박성욱 연구개발 총괄, 송현종 전무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권 사장은 "최 회장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에 내려와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며 "시장 변동성이 크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오너 회장이 책임경영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하이닉스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준호 부사장 역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최 회장과 권 사장 호흡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 며 "자유분방한 SK문화와 일사분란한 하이닉스 결합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현재 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회사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인력 교류 작업에 착수했다. SK 측 임원 9명과 15명의 팀장급 인력이 하이닉스로 이동했고, 하이닉스에서도 일부 인원이 SK로 옮겨갔다.
각사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실'과 '미래비전실'도 신설했다.
SKMS실은 SK의 문화를 하이닉스에 전파해 SK그룹 및 계열사와 하이닉스 간 유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비전실은 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의 장기 경영비전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하이닉스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될 것" 이라며 "SK와 하이닉스가 서로 배우고 변화할 부분이 충분이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보유한 모바일 통신 분야 노하우가 하이닉스 메모리 사업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 내 매출 비중을 놓고봐도 하이닉스는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텔레콤에 이어 네 번째다.
권 사장은 이날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3위의 일본 엘피다 파산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털어놨다. 그는 "엘피다 뿐만 아니라 메모리 업계가 1년 이상 침체기를 겪고 있다" 며 "경쟁력 약한 후진업체들의 고전으로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피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고객사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하이닉스에 공급을 늘려줄 수 있을지 문의하는 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는 것.
권 사장은 또 "향후 D램 시장은 상당한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본다" 며 "D램 가격의 하락폭이 커지고 침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후진 업체들의 수익성, 현금 흐름이 위협받고 있다"며 추가 퇴출업체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엘피다 이슈 등으로 인해 D램 가격이 일부 회복세로 돌아섰다" 며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권 사장은 당분간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아직은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여력이 크다" 며 "모바일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메모리 반도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24%, 12% 이지만, 가급적 빨리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자신했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이 인텔과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협력해오다 인텔이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점도 하이닉스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권 사장은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단독으로 D램과 낸드 사업을 진행하려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다만 "영원히 메모리 반도체만 할 순 없다" 며 "경쟁력과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강화해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키워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내년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을 현재보다 두 배 정도 성장한 3~4%까지 늘려 2015년에는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