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폭 손실 막고 안정적 수익 창출…변동성 큰 장세엔 '분산투자'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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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 ABC
주식·채권 등 개별자산 투자…시장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
많은 자산 편입할수록 안정적…시황 따라 단기적 조정 필요
주식·채권 등 개별자산 투자…시장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
많은 자산 편입할수록 안정적…시황 따라 단기적 조정 필요
변동성이란 단어는 주식시장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변동하는) 성질인데,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변동하는 정도를 뜻한다. 주식이나 채권, 통화 등의 시세가 비교적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완만하게 움직이다가 갑자기 급등락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최근에도 주가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긴 했지만, 이 같은 변동성 확대는 지난해 하반기에 더욱 극적으로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가 전 세계적인 신용위기로 번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주요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7월까지 하루 평균 0.87% 움직이다가 8월 이후 2개월간은 2.31%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의 움직임 폭이 8월을 기점으로 이전에 비해 3배가량으로 확대된 것이다. 안전자산인 채권자산에도 이같은 현상은 그대로 나타났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초부터 7월 말까지는 하루 평균 2bp(0.02%포인트) 변했지만, 8월 이후 2개월 동안은 5bp 움직여 움직임폭이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로 대변되는 유럽 신용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면서 주요 자산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변동성은 위험의 또 다른 이름
문제는 단순히 변동성이 높아진 데 있는 게 아니다. 변동성의 또 다른 이름은 위험이라는 데 있다. 투자에 있어 위험은 수익의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는다. 어떤 자산에 투자할 때 수익예측이 불가능한 것만큼 위험한 상황은 없다.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의 예측이 힘들어진다는 뜻이어서 위험이 증가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변동성 확대로 비록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당초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것도 일종의 위험이다.
이처럼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 그 변동성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래서 위험을 감소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자산배분은 개별 자산이 갖는 변동성의 완화와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기본 목표로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주식자산과 채권자산처럼, 각각의 개별자산은 각 자산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자산을 묶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동일한 시장 충격에도 개별 자산이 각기 반응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줄어든다.
실례를 하나 들어 보면 2001년 이후 작년까지 11년간 국내 주식시장 연간 수익률의 변동성(표준편차)은 28.6%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식자산과 채권자산을 반반씩 섞어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13.5%로 뚝 떨어졌다.
변동성이 작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주식자산으로만 구성한 포트폴리오보다 주식과 채권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가 더 안정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일부 공격적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상승할 경우 채권을 혼합한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수익 개선폭이 작다며 자산배분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산배분의 필요성은 높은 수익에 있지 않다. 오히려 자산배분은 예측 가능한 수익과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있으며, 그래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앞서 언급한 지난해 8월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은 한 달 새 12% 가까이 폭락했다. 리먼 파산으로 대표되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는 한 달 새 23%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만약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았던 투자자라면 그 같은 손실을 그대로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 한 번 입은 큰 폭의 손실은 만회하는 데 훨씬 더 높은 상승률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산의 대규모 손실은 자산관리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가입했던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큰 흐름 지키면서 단기적 변화줘야
자산배분은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을 막고,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자산배분은 크게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으로 나뉜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장기적인 수익 달성을 위해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지켜져야 할 자산배분안이며, 전술적 자산배분은 단기적인 시황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전략적인 자산배분안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자산배분을 변화시키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아야 하며, 전략적 자산배분의 큰 흐름은 지켜야 한다. 전략적 자산배분의 큰 흐름이 변화될 경우 본래의 목적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시황이 급변하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전략적 자산배분 역시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기도 하다.
자산배분을 할 때는 되도록 많은 자산을 편입할수록 분산효과가 높아지면서 수익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주식과 채권자산을 중심으로, 여기에 원자재와 부동산 같은 대안자산을 편입할 경우 수익의 안정성이 훨씬 높아진다. 주식도 국내 주식만 편입하기보다 해외주식에 분산 투자한다면 자산배분의 효과가 배가되면서 수익의 질적, 양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자산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시장 충격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100세시대를 중심으로 한 노후준비인데, 노후준비의 핵심 역시 자산배분이 될 수 있다.
노후를 준비하는 만큼 대규모 손실을 피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산배분인 것이다.
나이가 젊을 때는 손실이 나더라도 회복의 기회가 많은 만큼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자산배분안을 유지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기본 전략이 될 것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자산관리컨설팅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