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묵인 관측도…HWR, 2009년에도 경고

이라크의 동성애자들이 시아파 무슬림 무장단체의 표적 살인 대상이 되고 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가 12일 보도했다.

현지 관리와 인권단체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최소 15명의 10대 청소년이 최근 한 달 새 바그다드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옷차림과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이모족'(emos)이라고 불린 이들은 돌이나 총에 맞거나 폭행을 당해 숨졌다고 현지 의료진들이 전했다.

희생자 가운데 여성도 2명 포함됐으며 일부는 콘크리트 블록에 머리를 맞았다고 현지 언론매체는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동성애자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이후 이라크에서 "동성애자를 겨냥한 폭력이 새로 시작됐다"면서 지금까지 4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납치나 고문,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바그다드 북쪽 보수 시아 무슬림의 거점인 사드르 시에서는 스스로 `분노의 여단'이라고 부르는 한 무장단체가 최근 처벌 대상 청소년 22명의 명단을 담은 전단을 곳곳에 뿌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 내무부는 이와 관련, 지난 8일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동성애자를 표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무부 웹사이트에 아직 남아 있는 지난달 13일 성명에서는 이모족을 `악마 숭배자'로 규정하며 이들을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할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WR)는 지난 2009년 8월에도 동성애로 의심되는 남성들을 고문하고 처형하는 무장단체들과 이를 눈감아주는 이라크 당국을 경고했었다.

국제동성애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같은 해 사드르 시에서 시작된 폭력 사태로 이라크에서 납치, 고문, 살해당한 동성애자가 수백 명에 달했다.

`이모'(emo)는 기타 선율에 록을 가미한 음악과 감성적인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 음악 장르로 서구 청년층에서는 옷차림이나 음악적 취향을 나타내는 용어일 뿐이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이모'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금기시되는 동성애자를 의미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