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우리의 장난이 너에게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어.”

토요일인 지난 10일 오후 10시 서울 청파동 숙명아트센터 3층, 뮤지컬 ‘셜록홈즈’를 보고 나온 여중생 6명은 눈물을 흘리며 음성 파일을 녹음하고 있었다. 이모양(14) 등 6명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도봉구 A중학교 같은 반 친구 김모양(14)을 왕따시켜 입건된 ‘일진’ 학생들이다.

사건의 발단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오른 김양을 때리는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을 본 이양 등은 김양을 만만하게 생각했고, ‘찌질이’ ‘찐따’ 등으로 계속해서 놀려댔다. 시간이 지나면서 괴롭히는 정도는 더 심해졌다. 집단 구타도 발생했다.

이양 등은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이양은 경찰 조사에서 “그냥 재미삼아 했을 뿐 피해자에게 그렇게 상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도봉경찰서가 지난 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부모와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든 배경이다.

폭력학생을 문화로 계도하려는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조차 어색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대화의 물꼬를 텄다. 곧바로 엄마의 팔짱을 끼고 애교도 부렸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이들은 피해 학생에게 음성 파일을 남겨 사과의 뜻도 전달했다.

이양은 “엄마와 뮤지컬을 본 것도 처음이고, 대화를 통해 내가 한 일이 친구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반성하면서 이제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