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2일 오전 8시39분 보도

'창업 동기' 이랜드-웅진, 4년 만에 엇갈린 운명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2008년. 이랜드그룹 지배회사인 이랜드월드는 단 한 건의 공모회사채도 발행하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회사채 매입을 돌연 중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1980년 ‘창업 동기’이자 당시 재계 30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웅진그룹의 사정은 딴판이었다.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웅진홀딩스 채권은 만기가 5년이나 됐지만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당시엔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이 3년간 두 단계나 뛰어오르고,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랜드 회사채는 최근 수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준 금융상품 중 하나다. 12일 민간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이랜드월드 회사채 유통금리(시가평가수익률)는 연 6.38%다. 2009년 말 최고 연 14% 수준까지 치솟으며 ‘정크본드(부실채권)’ 취급을 받던 때와 비교해 7%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2009년 말 100억원어치 3년 만기 채권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2년간 이자로 28억원을 챙기고 당장 107억원이 넘는 가격에 채권을 처분할 수 있다.

'창업 동기' 이랜드-웅진, 4년 만에 엇갈린 운명
웅진홀딩스 회사채 금리도 2009년 말 연 7.9% 수준에서 최근 연 6.02%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장금리 하락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신용등급이 2008년 말 ‘A’에서 ‘A-’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 ‘부정적 검토’(한국기업평가) 대상으로 평가되는 등 신용이 악화된 탓이다.

이랜드는 올 들어 미 프로야구단 ‘다저스’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 데 이어 시가총액 1조원대 미국 신발회사 콜렉티브브랜드 인수에도 나섰다. 2008년 홈에버(현재 홈플러스테스코) 매각으로 재무부담이 크게 낮아졌고 중국 사업 호조로 자신감이 붙은 덕분이다. 2009년 이후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현재 BBB+)을 두 단계 상향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패션 부문의 안정적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고 호평했다.

이에 비해 웅진그룹은 지난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매각대금 중 상당 부분은 극동건설과 웅진케미칼 인수로 불어난 빚을 갚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