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키 "미술과 패션은 아름다운 궁합"
“패션과 미술은 일심동체라고 생각해요. 패션이란 옷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생각 속에 있다는 샤넬의 말이 기억납니다. 패션은 회화적 영감을 바탕으로 인간의 정체성, 심리, 예법, 지위, 라이프 스타일을 찍어내는 거푸집이라는 얘기겠죠.”

오는 15일 명품업체 듀오(대표 이충희)의 이탈리아 브랜드 에트로 국내 론칭 20주년을 기념한 하얏트호텔 패션쇼 현장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재불화가 한미키 씨(65·사진). 그는 “우리 사회의 의식을 끊임없이 반영하는 창의적 작업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패션은 비슷하다”며 “패션에 미술을, 미술에 패션을 접목해 상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년간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해온 그는 4년 전 한 경매회사에 작품이 소개된 후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2006년 프랑스 그랑팔레 살롱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피카소와 마티스를 배출한 100년 전통의 미술전시회인 살롱 도톤에서 회화 부문 최고 점수를 받았다. 2009년에는 프랑스예술가협회(SAF)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파리 화단에서 네오 큐비즘(신입체파)과 데시나스트리스(데생 전문화가)로 주목받았다.

그는 해외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현대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새로운 옷을 선보이는 자리에 자신의 작품을 거는 것을 ‘아름다운 궁합’이라고 표현했다.

“에트로는 최근 클림트의 작품을 마케팅에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루이비통도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디자인을 제품에 접목시켜 빅히트를 쳤죠.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운동화 디자인에 자신의 그림을 적용했습니다.”

그는 “미술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패션에서 제일 중요한 화두가 창의력이듯 미술도 항상 창조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신입체파 화가로 불리는 그의 작품은 인체 움직임 속에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견하고 잡아낸다. 그는 “사람의 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입체감을 더 살려내기 위해 최근에는 3D(입체) 영상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요즘 3D 영화가 인기더군요. 저도 빛의 영상을 투사해 대상의 표면이 바뀌어 보이도록 포장하는 ‘3D 프로젝션 매핑’에 빠져있어요. 실제 물체와 영상을 입체감이 나타나도록 합성한 영상인데 제 작품에 활용하고 싶거든요.”

그는 그림에도 ‘나눔과 감사’의 철학을 녹여낸다. 그는 “죽을 때 싸들고 갈 것도 아닌데 남겨서 뭐하겠냐”며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는 미술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의 수익금 일부도 불우이웃돕기에 쓸 계획이다.

그는 “예술은 나눔과 감동의 행복”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데생 작품 100점을 쾌척, 판매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면서 ‘사랑의 열매’ 재능기부자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 이상 대작 20여점을 내보인다. (02)3018-23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