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위조수표를 시중에 유통시키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제조한 위조수표는 수표감별기를 문제없이 통과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에서 위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억원 상당의 자기앞수표와 5억원권 위조 외평채 등을 유통하려 한 혐의(유가증권 위조 등)로 유통총책 곽모씨(51) 등 3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한모씨(44)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곽씨 등은 지난해 3월 경기도 하남시 모처에서 신원미상의 중국인으로부터 국내 시중은행이 발행한 것처럼 정교하게 위조된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약 1000매를 건네받고 이를 남대문 사채시장 등에 유통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유가증권 위조단이 약 330억원 상당의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위조해 남대문 사채시장 등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피의자를 특정, 실시간 위치추적을 벌이다 지난달 모 다방에서 위조수표를 거래하려는 곽씨 일당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곽씨는 10억원 다발 하나에 300만원의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이들이 소지한 위조수표는 육안 감별이 어려운 것은 물론 수표감별기까지 통과할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무궁화 문양과 미세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형광색사까지 그대로 위조했다”며 “중국의 전문기술자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곽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위조수표의 규모가 330억원 상당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수표의 행방은 모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30억원 어치의 위조수표 중 상당 부분이 시중에 유통됐을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검거 당시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위조된 1000달러권 미화 75매와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1매, 5억원권 외평채 1매, 4원인 예금잔액을 9000억원으로 변조한통 장잔고증명서 등을 압수하고 이에 대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나머지 위조수표의 정확한 행방을 쫓는 한편 위조책 또는 전문 기술자인 중국인 2명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