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이 일부 선박용 엔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것은 유럽 경기침체와 맞물려 한국 조선 및 관련 산업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국내 조선업체들의 일반 상선 수주량은 크게 감소했다. 올해 역시 해양플랜트를 제외한 선박 수주는 작년보더 더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선박용 엔진과 조선기자재 업체들까지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다. 관련 업종 1, 2차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 우려까지 나온다.

선박 금융이 위축되면서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 발주량은 지난해 말부터 크게 줄기 시작했다. 전 세계 선박금융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대출 규모 축소에 나서면서 선주들이 발주를 꺼리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량은 작년과 비교해 20~30%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 조선산업의 ‘탈(脫)조선’ 움직임도 업계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상선 발주는 줄어들고 있지만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발주는 꾸준히 이어지면서 대형과 중·소형 조선업체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는 1조~2조원에 이르는 해양플랜트 수주로 버티고 있는 반면 벌크선과 원유 운반선, 중소 컨테이너선 등 상선 건조에 주력해온 중소 조선업체는 수주 가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반 상선 수주가 줄어든 데다 중소 조선업체들까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선박용 엔진과 관련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두산엔진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STX엔진 등 다른 선박엔진 제조업체들도 국내외 수주물량 감소로 사업 및 인력 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대형 조선사들의 일반 상선 수주는 줄어든 대신 해양플랜트 수주량이 늘고 있어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