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는 12일 국내 최초로 ‘수돗물 보험’에 가입한다. 서울시 수돗물인 ‘아리수’에 문제가 있어 마신 사람이 탈이 났을 경우 시와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직접 시민들에게 손해 배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수돗물 보험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호주, 미국, 영국에 이어 네 번째다.

시는 지난달 24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이달 8일까지 아리수 건강책임보험 보험사를 선정한다는 공고를 냈다. 8일까지 입찰 신청을 받은 뒤 12일 최종 낙찰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둔 7일까지 현대해상,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4개 보험사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연간 보험 가입비용으로 9500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보험 적용 대상은 시가 생산·판매하는 수돗물의 수질오염 등으로 인한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다. 이 경우 보상한도액은 1인당·1사고당 최대 20억원. 시는 수돗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보상액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뜻하는 징벌적 손해나 테러 발생 등은 보장이 안된다.

정득모 시 상수도사업본부 생산부장은 “서울시의 수돗물은 최근 10년래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며 “수돗물 보험 가입이야말로 아리수 품질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찰에 참가한 A사 관계자도 “아리수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데다 국내 최초 수돗물 보험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입찰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수돗물 보험 가입에 따라 아리수 페트병 판매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시는 2001년부터 페트병 브랜드인 아리수 시중 판매를 추진해 왔지만 관련 법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수돗물을 용기에 넣거나 기구 등으로 다시 처리해 판매할 수 없다’는 수도법 13조1항 때문이다. 중국, 동남아 등 해외 판매도 모색했지만 어려웠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물 제품은 해외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환경부와 함께 2008년부터 수돗물 시중판매를 위해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 왔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가 연간 생산하는 600만병의 아리수 페트병은 공공기관 행사나 재해지역 구호물품 등으로만 사용돼 왔다. 뿐만 아니라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 시민의 수돗물 음용률은 1%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수돗물 음용률이 40%가 넘는 일본 요코하마 방문을 계기로 아리수 활성화 방안을 관련 부서에 지시하면서 시중 판매는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수돗물 보험 가입은 아리수 시중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상정돼 연내에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 아리수

크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아리’와 한자인 ‘수’(水)의 합성어. 삼국시대 때 한강의 옛 이름으로, 고구려 광개토대왕 비문에 적혀 있다. 서울시가 2001년부터 수돗물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