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생필품 가격동향을 체크하며 관련부처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채근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농림수산식품부는 설탕값을 낮추기 위해 직수입을 추진하고 식품업체들에 총선까지는 식품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대놓고 압력을 넣는 정도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설 때마다 익숙하게 봐왔던 풍경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시장 위에 군림해 기업을 압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무턱대고 찍어 누르면 나중에 더 튀어 오른다는 것은 물가나 용수철이나 마찬가지다. 우격다짐으로 총선까지는 물가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상요인 누적으로 나중에는 인상폭을 더키워 놓을 것이 뻔하다. 이미 휘발유값, 우유값 파동 등에서 겪었던 그대로다. 지금 시금치·돼지고기·설탕으로 품목만 바뀌었을 뿐이다. 정부의 답답한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가 1월 3.4%, 2월 3.1%로 상승세가 꺾였다지만 지난해 물가가 워낙 많이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커 불안하다. 게다가 두바이유가는 지난 6일현재 작년 말보다 15.2%, 싱가포르 휘발유 현물가는 18.8%나 올랐다.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을 넘어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는 결국 유통혁신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다. 농축산물은 생산농가에서 골목상권까지 유통단계가 촘촘하고 길게 짜여져 있어 유통마진이 소비자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물가를 잡으려 드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질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과 대형 할인판매점은 손발을 묶어 놓고 있고 최근에는 아예 한달에 휴일 이틀은 문을 닫으라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고비용 저효율 유통망은 대대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소위 사회주의적 유통정책이다.

시장혁신이 아닌 그 어떤 보호정책으로도 혁신과 그 결과인 물가 하락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의 지갑만 얇아지게 된다. 유럽 미국과의 FTA로 수입품도 싸게 들어오는 마당이다. 유통 혁신을 막아놓고 물가를 어떻게 잡는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