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학습 멘토 나선 '경찰대생 940명'
“국민 세금으로 공부하잖아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나눠준다면 그게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아름 씨(24·경찰대 28기)가 정모양(18·고2)을 만난 건 지난해 3월.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찰대 학생들의 봉사프로그램 ‘무한돌봄학습봉사’에 지원하면서 맡은 두 번째 학생이었다.

조씨는 ‘멘토(스승)’, 정양은 ‘멘티(지도 받는 사람)’였다. 조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매주 한 차례 정양을 만나 2시간씩 수학과외를 해줬다.

“공부해서 뭐해요. 돈만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정양의 심드렁한 반응에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미진하다 싶으면 전화는 물론 스마트폰용 메신저인 ‘카카오톡’까지 동원해 추가수업을 했다.

정양처럼 학원·과외 등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못 돼 학교수업에 매달렸던 고교시절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씨의 정성이 통했던 걸까. 58점이었던 정양의 수학 성적은 지난해 1학기 79점으로 급등했다. 난생 처음으로 반에서 2등을 했다. 2학기 때는 80점을 맞았다. 1년 만에 수학성적이 22점이나 올라간 것이다.

조씨는 “‘수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친구들도 수학은 진작 포기했고 선생님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어서 궁금해도 꾹 참았다’고 하더라”며 “수업 내용 중 잘 모르겠다며 적어온 부분을 확실하게 알려줬다”고 귀띔했다. 수능 수리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그는 꾸준히 학습봉사를 하다 경기도와 경찰대가 2009년 학습봉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멘토로 지원했다.

조씨처럼 학습봉사에 참여한 멘토만 벌써 940명. 이들은 4년 동안 1233명의 아이들을 가 르쳤다.

멘티는 경기도 용인·수원·성남에 사는 저소득층 초·중·고교생 중 신청자를 중심으로 선발한다. 수업은 평일 오후 7시에서 10시 사이에 각 지역 아동센터나 보육원에서 진행했다. 경찰대 학생들은 전철·버스를 갈아타며 학생들을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도교수인 김현주 경감(31·경찰대 20기)은 “경찰대에 들어오려면 최소한 서울대 중상위권 학과에 들어갈 만한 수준의 성적이어야 한다”며 “서울대 공대생이 수학과외로 한 달에 80만원 정도 받는다던데 그걸 무상으로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을 만들어내듯 우리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경찰을 배출하고 싶었다”며 “학생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배우는 게 훨씬 더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찰대는 학습봉사 외에도 멘티 중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 3박4일 일정의 경찰대 체험학습인 ‘폴리스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