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공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례대표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주요 정당이 본격적인 공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 의원 중 공천이 확정된 사람은 거의 없다.

물갈이론이 거센 새누리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은 공천 접수를 하기도 전에 시련을 겪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새누리당 ‘텃밭’ 지역에 공천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가 유리한 지역에 공천 신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우세지역에 출마를 준비했던 정옥임 노철래 송영선 등 일부 의원은 지역구를 옮겼고, 원희목 의원 등은 19대 출마를 접었다. 이두아 의원도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4일 “18대 국회에 쉽게 입성했으면 19대에는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당선이 어려운 곳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윤선 의원은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으나 이 지역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된 상태다.

민주통합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안규백 의원은 경기 군포에, 김학재 의원은 경기 안산단원갑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 지역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이 불투명해졌다. 김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다. 김유정(서울 마포을) 김진애(서울 마포갑) 전현희(서울 강남을) 의원 등의 공천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수난은 18대 총선 때도 비슷했다. 17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명 중 재선에 성공한 이들은 8명이었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23명 중에서는 박영선 의원만 살아남았다. 민주당 비례대표 4명은 전원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비례대표로 시작해 재선에 성공했던 한 의원은 “재선을 위해 공천을 신청하려 하자 4년 동안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었으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특히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