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벤처 전문가들의 '창업 경구'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선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불행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5회에 걸쳐 연재한 ‘창업 오디세이…실패에서 배운다’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 1개월여 동안 50명이 넘는 벤처 기업인과 전문가들을 만났다. 인터뷰 내용만 A4 용지 100여장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었다.

상당수 기업인들이 실패를 겪고 재기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말한 실패 요인은 모두 달랐다. 예비 창업자에 대한 조언도 제각각이었다. 남들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말하는 이도 있었고, 독보적인 핵심 기술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 사람도 있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발빠르게 따라가야 한다고도 했고, 창업자들 사이의 결속력이 우선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기업인들을 만나본 결과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 안나 카레니나의 구절이었다. 아이디어, 실행력, 시장 상황, 회사의 팀워크 등 수많은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비로소 성공의 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단 하나라도 모자라면 실패의 쓴 맛을 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벤처기업은 실패와 어깨동무를 한다고 할 만큼 성공 확률이 낮다. “창업 100개 기업 가운데 성공은커녕 생존을 유지하는 기업은 10개 미만”이라는 것은 모든 벤처인들이 수긍하는 경구다. 성공에 이르는 과정은 사업 곳곳에 산재한 실패 요인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고단한 작업일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실패의 경험’을 높이 사준다고 하더라도 실패 그 자체는 시간적·금전적으로 큰 타격을 안기게 마련이다. 자신감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교수 같은 인물이 아무리 ‘패자부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라도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래의 더 큰 성공을 위해 일부러 작은 실패를 만들 이유도 없다. 오히려 소박하더라도 작은 성공들을 차근차근 모아 나가는 게 현명하다. 창업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승우 IT모바일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