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김명배


[이 아침의 시] 경칩
어디를 짚어도

맥박이 온다.


살아있는 땅


나무를 구르면

하늘을 메우는 숨방울,


들을 구르면

눈 높이까지 솟는

공깃돌 위로

날아오르는

숨방울,


아지랑이는 아직

바램보다

키가 작지만


살아있는 땅


어디를 짚어도

체온이 온다,

맥박이 온다.


[이 아침의 시] 경칩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날 아침입니다. 들에 나가 보리싹이 얼마나 돋았나 보아야겠습니다. 흙손을 들고 싹모종을 하다 아지랑이 맥을 짚어보면 오 ‘살아있는 땅’ 위로 날아오르는 ‘숨방울’, 단풍나무와 어름넝쿨에 부드럽게 차오르는 단물. 예부터 이즈음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고 했으니 갓 나온 벌레와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들판에 불을 놓지 말라고 한 뜻도 알겠습니다. 우수에 삼밭을 갈고 경칩에 농기구를 다듬는 것도 춘분에 올벼를 심기 위한 준비. 가만히 엎드려 땅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면 어디를 짚어도 체온이 오고 맥박이 옵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