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스마트주유소, 고유가 뚫고 '스마일'
“다들 장사 안된다고 난리인데 우리는 매출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에 있는 일산제일주유소의 이영재 사장은 2일 손님맞이에 바빴다. 기름값 상승과 셀프주유소 증가 등으로 근처 주유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이 주유소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9월 1100드럼이었던 판매량은 10월 1400드럼, 지난 1월에는 1600드럼으로 늘었다.

이 주유소는 DB(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고객 맞춤식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주유소를 찾는 고객 성향을 분석해 일산동구와 파주산업단지를 왕복하는 출퇴근 차량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들을 겨냥해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퇴근시간대에 한해 OK캐쉬백 포인트를 6배 적립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결과는 적중했다. 퇴근시간대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월평균 35만원 이상 주유하는 우량 고객이 4배 늘었다.

이 주유소는 SK에너지가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주유소’의 시범 업소 중 한 곳이다. 과거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진행하던 마케팅과는 달리 개별 주유소 특성에 맞게 판촉 프로그램을 짜주는 방식이다. 특정 요일, 시간대, 누적 주유 금액에 따라 각 지점 주유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주유 할인권을 선물하거나 최대 10배의 OK캐쉬백을 적립해준다.

SK에너지는 전국 205개소에 스마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하게 진행하는 기존 프로모션과는 달리 주유소가 있는 상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고객층에게 맞춤형 혜택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SK는 업주들의 스마트 주유소 프로그램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첫 달 판촉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두 번째 달부터는 비용의 50%를 대주고 있다. 현수막과 배너, 포스터 등 연간 80만원 수준의 홍보물도 지원한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 주유소 홍보를 전담하는 스마트 컨설턴트가 해당 주유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주유소 컨설팅, 주유원 교육, 매출 및 고객 트렌드 분석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가 이 같은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기름값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주유소 업주들의 알뜰주유소 이탈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업계 측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용인에 1호점을 연 알뜰주유소는 총 369곳(자영 45개, 고속도로 4개, NH농협 320개)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420개 이상의 알뜰주유소를 연다는 계획이다.

주유소 업주들도 알뜰주유소 전환을 놓고 고심을 하고 있다. 자영주유소연합회(전 SK자영주유소연합)는 지난달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제2 알뜰주유소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공동구매를 통해 정유사로부터 싸게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가를 낮춘다는 생각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손님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팽배하다”며 “제2 알뜰주유소 참여 여부를 신중히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들도 SK 스마트 주유소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는 만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유소 사장들과 일반 고객들의 마음을 둘 다 잡는 판촉행사가 당분간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