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ㆍ대웅제약 "매출 손실만 年1000억"…줄소송 준비
6000개가 넘는 전문의약품 가격의 일괄 인하는 제약사들에 큰 주름살을 남길 전망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간판 의약품들이 4월부터 일괄적으로 값이 내려가면서 상당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약가인하 품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기준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올해 매출 손실은 7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미 제약 도매상이나 대형 약국 위주로 재고 처리가 이뤄지면서 손실규모는 10~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손실규모는 1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제약협회도 올해 상위 10대 제약사의 매출 총액을 4조8100억원, 약가인하로 인한 예상 손실을 1조1580억원으로 예상했다. 손실비율은 24.1%다.

◆대웅제약 최대 출혈

동아제약ㆍ대웅제약 "매출 손실만 年1000억"…줄소송 준비
약가인하 품목은 상위 제약사에 집중됐다. 자사의 100개 이상 의약품이 이번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된 제약사는 모두 9곳이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은 토바스트·카니틸 등 무려 196개 의약품 가격이 떨어져 가장 많은 약가인하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가 됐다. 연간 손실규모는 700억~800억원대로 추정된다.

신풍제약과 종근당도 약가인하 대상이 각각 155개, 136개였다. 일동제약(122개), 유한양행(103개), 보령제약(101개) 등도 인하대상 의약품이 많았다.

매출 손실만 놓고 보면 대웅제약과 동아제약이 가장 많을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납품하는 수백억원대 대형품목들이 다른 제약사보다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약가인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웅제약(105개)은 가스모틴, 글리아티린, 알비스 등 300억~400억원대 대형 의약품들이 대거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되면서 1000억원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녹십자는 약가인하 대상 품목이 15개밖에 되지 않고 매출의 75%를 백신과 혈액제제가 차지하고 있어, 상위 제약사 가운데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이 가장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제약사 “행정권 남용”

제약업계는 정부가 행정권을 남용했다며 회사별로 약가인하처분 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소송에 대거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약가인하 처분은 잠정 중단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법적 절차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향후 소송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100여개 제약사가 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위 10대 제약사 대부분은 소송 참여를 유보한 상태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소송은 대략 9000억원 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제약사 대부분은 벌써부터 내부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일찌감치 인력감축에 나섰고,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도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삼일제약은 2월 중순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1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74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도 적자 규모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제약협회가 최근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사 31개사 가운데 10개사(32%)는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또 9개사(29%)는 ‘임금동결 및 축소’를 통해 약가인하 손실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올해 매출액 손실이 업체당 250억원 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력감축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며 “박카스를 보유한 동아제약, 안정적인 백신사업을 가진 녹십자 정도만 현상유지할까, 나머지 제약사는 모두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