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울린 달리오…헤지펀드 '제왕'이 바뀌었다
브리지워터 퓨어알파펀드를 운용하는 레이 달리오(62·사진)가 조지 소로스를 누르고 ‘헤지펀드의 왕’에 등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 정보제공업체 LCH인베스트먼트의 자료를 인용, 퓨어알파펀드가 설립 후 지난해 말까지 358억달러(40조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해 소로스의 퀀텀펀드(312억달러)를 제쳤다고 29일 보도했다.

퓨어알파펀드는 1975년, 퀀텀펀드는 1973년 각각 설립됐다. 퓨어알파펀드는 2010년 말 누적 순익 기준으로 3위였다. 1위는 퀀텀펀드, 2위는 존 폴슨의 폴슨앤드코였다.

퓨어알파펀드가 1위로 올라선 것은 작년에 연간 단위로 헤지펀드 사상 최대 규모인 138억달러의 순익을 낸 덕분이다. 운용 자산 규모도 719억달러로 헤지펀드 중 가장 컸다. 반면 소로스는 작년 7월 은퇴를 선언하고 외부 투자자금을 받지 않으면서 누적 순익 1위 자리를 달리오에게 물려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퀀텀펀드는 작년 38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헤지펀드의 대부’라 불리는 폴슨은 전년 순위보다 한 단계 떨어진 3위로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폴슨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폴슨앤드코는 그해 헤지펀드 중 가장 많은 119억달러의 순익을 올려 명성을 얻었지만 지난해에는 주가 예측을 잘못해 96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당시 손실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1994년 설립된 폴슨앤드코의 누적 순익은 226억달러다.

FT는 달리오가 매크로(거시) 투자기법의 달인이라고 설명했다. 매크로 기법은 금리 환율 경제상황 등 거시지표를 중요시한다. 달리오는 현재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과 비슷하다고 판단해 안전자산인 금과 국채 등에 분산투자했다. 폴슨 역시 매크로 기법 신봉자지만 경기 회복을 예상해 주식에 투자했다 2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FT는 누적 순익 상위 10개 펀드의 대표 매니저 중 6명이 매크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기법은 달리오처럼 경기 예측을 제대로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폴슨처럼 예측이 빗나가면 막대한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릭 소퍼 LCH 회장은 “매크로 기법은 제대로 적용하는 게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며 “하지만 최고의 펀드매니저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