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거구였는데…팔달·권선구청 '이상한 동거'
여야가 지난 27일 국회 의원 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선거구획정안을 졸속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원 권선구청이 있는 동을 인근 팔달구로 떼주는 황당한 게리맨더링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선거구 내 2개의 구청이 존재하는 ‘이상한 동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선거구획정에 대해 수원시가 28일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전날 본회의에서 ‘벼락치기’로 통과시킨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수원 팔달구에는 새롭게 권선구의 서둔동이 편입됐다. 인구상한(31만181명)을 넘기는 지역구를 분구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위헌시비를 없애기 위해 권선구(31만1819명) 내의 서둔동(4만3000명)을 떼어 팔달구(22만1377명)로 넘겨준 것이다. 하지만 서둔동이 일반동이 아닌 권선구청 소재지라는 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선구청 관계자는 “구청 소재동을 옆 지역구에 떼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주민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수원 출신 현역의원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개특위가 이번부터 지역명을 빼고 수원 갑·을·병·정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생활경계권을 무너뜨린 자의적 선거구획정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선구청 소재지인 서둔동을 팔달구 선거구로 편입시키고 선거구 명칭도 갑·을·병·정으로 조정하는 것은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개특위가 속한 국회 행정안전위 관계자는 “인구상한을 넘는 도심 지역 선거구를 늘리면 농어촌지역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지역구를 나눠야 했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졸속 선거구획정에 대한 현역의원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여주·이천 지역구의 경우 4월 총선부터 이천시 지역구가 신설되고 여주가 양평·가평과 한 선거구로 묶였다. 이에 대해 이범관 새누리당 의원(여주·이천)은 “테트리스식 선거구 획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여주 양평 가평은 끝에서 끝이 180㎞로 경기도 면적의 5분의 1에 달해 산 정상에서 보이는 곳 끝까지가 지역구”라며 “영호남 기득권을 지키려고 수도권 지역구를 누더기로 만들어 놨다”고 분개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게리맨더링

gerrymandering.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불공평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일. 예컨대 반대당이 강한 지구를 억지로 분할하거나, 자기당에게 유리한 지역을 결합시키는 행위 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