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국민은행 대우증권 비씨카드 등 28개 금융회사에 “다음달 23일부터 계좌조회 서비스를 폐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금융권은 일방적인 서비스 해지 방침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NHN이 각 금융사에 없애겠다고 밝힌 금융서비스는 2008년 9월 시작한 ‘네이버금융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다. 네이버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각 고객이 갖고 있는 은행 증권 카드 등의 금융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NHN과 제휴를 맺고 통합조회 서비스를 제공해온 금융사는 국민·신한·하나·기업 등 9개 은행과 대우·동부·대신·SK 등 15개 증권사, 비씨·하나SK 등 4개 카드사다.

NHN이 서비스 폐지를 결정한 주요 원인은 당초 예상만큼 고객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수익 창출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NHN이 최근 수익성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거래내역 조회 외의 서비스 확대가 어렵고 별도 수익이 나지 않자 아예 없애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각 금융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가계부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통합계좌를 하겠다며 먼저 제휴를 요청해 놓고 이제 와서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NHN 측은 수익성 여부와 관계없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계좌조회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해킹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강력 요구했다는 것이다.

NHN 관계자는 “고객의 금융거래 내역을 직접 열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계좌조회 서비스만 제공해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수집해온 주민등록번호를 일괄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NHN은 조만간 통합계좌 서비스 종료를 모든 이용자에게 공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와의 공격적인 제휴로 최대 금융 포털의 입지를 구축하려던 NHN의 실험은 3년반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조재길/김주완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