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여신전문업법에 대해서 한말씀 드려야….”(김석동 금융위원장)

“상임위(정무위원회)에서 넘어온 대로 하겠습니다.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위원장 의견은 속기록에 남기겠습니다.”(우윤근 법제사법위원장)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우윤근 위원장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정무위에서 올라온 원안’대로 통과시키려 하자 김석동 위원장은 “정부가 가격을 정하라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무위 원안은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김 위원장은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경우는 어떤 예도 없었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여야 간사들이 원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터였다.

회의에선 법사위 전문위원까지 나서 “문제가 있으니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이것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헌 논란이 있는데다, 정부가 시장가격을 직접 정하는 나쁜 선례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당혹스러워했다. 이두형 여신금융 협회장은 “금융위가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내용이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원안 추진으로 바뀐 것 같다”며 “이제는 방법이 없는 것 같고 다음 국회에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정부는 물론 카드업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의견을 모아 위헌소지가 있다고 수차례 의견을 개진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헌법소원까지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여신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자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 향후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전형적인 반(反)시장적 입법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복잡다단한 거래조건과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상황을 정부가 어떻게 반영해 수수료율을 정하게 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 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시훈/박종서/김일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