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터넷 고속道 과속방지 필요
미국 연방의회에 상정된 소프트웨어온라인침해방지법(SOPA)과 지식재산권보호법(PIPA)을 두고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지난 2월15일자 한국경제신문에 쓴 ‘과속방지턱 많은 인터넷 고속도로’ 제하의 글도 그런 취지로 이해되고 공감한다. 이 법안들은 우리나라 사이트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초기부터 주목해왔다. 하지만 논란의 대상이 되는 법안만큼이나 우리 저작권법에 문제가 있고, 정부가 이런 우려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고속도로를 골목길로 만드는 과속방지턱의 설치는 안 되지만 모두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으려면 거기에도 과속방지 카메라는 필요하다.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우리의 초고속통신망 보급률과 속도에 자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복제물의 유통도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문제로 제기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이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삼진아웃제 등을 가지게 된 원인과 그것이 부족해 보이지만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음반과 영화 등의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가 2010년에 2조1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규모는 이제 조금씩 감소하고, 이에 따라 불법복제로 만신창이가 됐던 업계에서도 다시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이런 효과를 낸 저작권법을 과속방지턱이라고 하기보다는 과속방지 카메라라고 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법복제물의 삭제나 계정 정지를 명령하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계정 정지는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불법 전송을 계속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메일 전용계정은 처음부터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시판 서비스의 정지도 불법복제물의 양 등에 비춰 저작권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역시 같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진행된다. 이 경우에도 일반 게시판은 대상이 아니다. 사이버머니나 고속 다운로드와 같은 혜택을 주면서 불법복제물의 업로드를 부추기는 게시판만이 이에 해당된다.

웹하드나 파일공유(P2P)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불법복제물의 약 81%(2010년·건수 기준)가 이를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취한 특별한 조치다. 이 역시 일반 포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웹하드와 P2P만 대상이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저작권법은 표현의 자유를 북돋우기 위해 기존 저작물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들을 가지고 있다. 기존 저작물에 대한 새롭고 자유로운 창작이 우리의 문화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는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배려는 기존의 저작물을 활용해 자신의 저작물을 창조하는 것에 모아진다. 남의 것을 그저 불법으로 유통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관계가 없다.

임원선 <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