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보장 확인받자’ ‘정당보상 쟁취하자’ ‘가자 싼공장으로’ ‘영업손실 무시하면 지옥까지 쫓아간다’.

24일 오후 광명시청 앞. 쌀쌀한 날씨에도 이 지역 영세기업인 300여명(주최 측 추산)이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 사업 때문에 이 지역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는 중소기업인들이 이날 하루 생산활동을 중단하고 공장이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다. 징과 꽹과리 북을 들고 나타난 이들은 시흥시청, 광명시청, LH광명지사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부분 비닐하우스나 축사 등지에서 미등록 공장을 돌리는 기업인들이다. 이들 영세기업인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은 정부 대책이 등록 공장 중심으로만 이뤄져 미등록 공장은 보금자리 사업과 동시에 터전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광명·시흥지구 기업이주보상대책위원회 이대영 위원장(국제철강 대표)은 “정부는 이 지역 미등록 공장이 934개라고 밝혔지만 우리 조사엔 3000개 이상이었다”며 “보금자리사업이 시작되면 이들이 곧바로 생산 터전을 잃는 것은 물론 수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접지역으로의 기업이주책 마련 △정당 보상 △인근 산업단지 조성과 저렴한 분양가격 책정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의 김익수 고문(따따시온돌 대표)은 “정부가 미등록 공장 대책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분양 가격이 높으면 영세기업은 아무도 입주할 수 없다”며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조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산임산의 이정순 대표는 “기업활동을 영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선 입주 후 철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보금자리 인접지역에 산업단지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인은 “정부나 LH는 보금자리사업 추진 스케줄을 한번도 제대로 공표한 적이 없는데 일단 사업이 시작되면 전광석화처럼 입주 기업들을 쫓아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 경우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대책없이 공장들을 몰아내고 보상은 공시지가보다 약간 얹어주는 수준(시가의 50~60%)에서 이뤄지면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데 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서울 문래동 철강단지나 소하동 택지개발지역에서 밀려나 광명·시흥으로 이전해온 기업들을 아무 대책없이 몰아내는 보금자리 정책은 기업들만 달달 볶는 볶음자리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이 지역 보금자리주택사업은 1736만㎡에 주택 9만5000호를 공급하는 것으로 분당급 신도시에 버금가는 규모다. 구체적인 사업 추진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 지역 기업인들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명=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