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 나이차 50살…세대 초월한 하모니
국민은행 전국 부점장 전략회의가 열린 지난달 13일 일산 킨텍스 컨벤션센터. 1200여명의 임직원이 회의를 끝내자 50명의 남성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가곡 ‘향수’와 오페라 ‘병사의 합창’ 등 예술가곡 10여곡을 열창했다. 고음에서부터 저음까지 아우르는 웅장한 하모니에 박수갈채가 터졌다. 이들은 국내 최초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올해 창립 54주년을 맞은 한국남성합창단원이다.

“타고난 악기(목소리)로 화음을 만들어내는 합창은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엑스터시예요. 단원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감동을 얻고 청중과 다시 나눕니다. 이런 과정에서 단원들 간에 형제처럼 끈끈한 정이 생겼어요. 합창은 그것 자체로 축복입니다.”

단원들 나이차 50살…세대 초월한 하모니
김성만 단장(현대상선 고문·65·사진)은 합창의 즐거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67년 서울대 공대 1년 때부터 합창단에 가입해 활동해왔다.

1958년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만든 이 합창단에는 올해 74세인 임택주 전 고려개발 전무부터 23세의 대학생 홍하늘 씨까지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은퇴한 단원들을 포함하면 600명을 헤아린다.

유명 인사들도 많다. 김홍석 한국로봇산업기술단장, 박태호 삼도엔지니어링 사장, 박원준 엘티피코리아 부사장, 김풍명 전 한국피부학회장, 전후근 강남성모병원 암병원장, 김범성 삼성증권 상무, 최인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 강훈식 전 이너지코리아 사장, 백운기 전 신한과학 부사장, 최정남 전 서광산업 상무, 이종근 한국증권금융 부장, 김장복 유한공대 교수, 홍경택 치과의사 등이 멤버다. 은퇴한 단원으로는 박웅서 전 삼성물산 사장, 황영선 전 춘천MBC 사장, 신상철 축령병원장 등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무대에 서기도 한다. 치과의사 김충재 씨와 대학생 김준호 씨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부자(父子)단원이다. 2009년 50주년 기념연주회에서는 단원의 손자 손녀들로 구성된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3대가 협연하기도 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자식과 손자들에게 대물림한 것이다.

반세기를 거치는 동안 사연도 많았다. 2003년에는 독일에서 10년마다 열리는 베를린 합창제에 초청받아 공연했다.

김 단장은 “국내 합창단 최초로 카라얀홀 무대에 섰다”며 “음악의 본고장에서 한국 아마추어 합창단의 기량을 마음껏 펼친 것은 정말 감동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한·일 합동 남성합창 공연은 1985년부터 양국을 오가며 열 번이나 열었다. 두 나라의 문화교류에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남성합창단은 오는 9월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7월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일반합창제에 참가한다. 국내 성인합창단 10개 팀이 여는 축제 한마당이다.

김 단장은 “요즘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봉사 연주회를 더 자주 가질 것”이라며 “입단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