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 주사'로 내려앉은 변호사, 사법시험이 行試보다 아래?
공무원으로 채용되는 변호사의 직급이 처음으로 사무관(5급)에서 주무관(옛 주사·6급)으로 내려앉았다. 판·검사로 임용되면 3~4급 대우를 받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행정고시(5급)보다 아래 직급으로 사법연수원생 신분(5급 대우)보다도 낮아져 변호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1일 ‘일반직 행정6급 채용 합격자 공고’를 내고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3명에 대해 합격 통지했다고 23일 밝혔다. 권익위는 앞서 지난 3일 변호사를 대상으로 소송 수행과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사실관계 조사 등 업무를 하는 행정6급 채용공고를 냈다. 현직 변호사 신분이 조건이어서 아직 변호사 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예정자들은 채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법연수원생들은 발칵 뒤집혔다. 이달 수료한 41기를 비롯해 재학 중인 42·43기 자치회 회장 등 간부들과 조순열 대한변호사협회 청년담당 부회장 등 20여명은 사법연수원장의 승인을 받아 지난 8일 위원회를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권익위 운영지원과장과 위원장 비서실장을 만나 “연수원 출신을 행시 출신 사무관 아래에 두는 것은 공개적인 모욕”이라며 5급 특채가 불가능하다면 6급 정규직 대신에 5급 대우 계약직으로 채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연수원 자치광장 홈페이지에는 ‘공무원 6급 이하로는 절대로 지원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리고 “지원서를 제출한 사람이 있다면 철회하고 주위에 낸 사람이 있다면 철회를 권유해달라”고 적시했다. 또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권익위에 항의전화를 하자”고 촉구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5급 사무관을 일괄 채용하는데 올해는 변호사 사무관 특채가 없어서 인력수급을 위한 조치였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고 권익위 자체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항의 방문을 했다고 해서 인사 방침이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채용되는 변호사 직급은 다른 부처에서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 출신을 포함해 올해 2500여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사무관 대우를 하지 않아도 공무원에 지원하려는 변호사가 넘칠 전망이어서다. 민간 기업에서는 이미 변호사를 대리급으로도 채용하고 있고 로스쿨 출신 가운데서는 평사원으로 입사하려는 지원자들도 있다. 조 부회장은 “행안부에 6급 이하 채용에 대한 청년 변호사들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인사정책과 관계자는 “법령상 변호사를 6급이나 그 하위 직급으로 뽑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