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면접 '90초 승부'
“90초는 정말 짧습니다. 결국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한 후보자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을 마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새누리당은 20일부터 지역구 공천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명의 후보자에게 주어지는 답변 시간은 약 1분30초. 처음 정치에 뛰어든 신인부터 국회에 입성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의원까지 모든 후보가 이 시간에 최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출마를 선택한 이유와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새누리당 최연소 공천 신청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손수조 씨(부산 사상·사진)는 지역 밀착형 정치를 내세웠다. 손 후보는 “지역구에서 ‘지금 들으러 갑니다’라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는데, 캠페인을 할 때 입는 옷을 면접에도 입고 갔다”며 “기존 정치인이 지역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 밀착형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손 후보에게 감동받았다”고 말해 손 후보가 부산 사상의 문재인 대항마로 낙점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 중구에 도전장을 내민 신은경 전 KBS 앵커는 “중구에 20년 가까이 살면서 중구민들과 소통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신 후보와 경쟁을 벌이는 나경원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때 논란이 된 피부과 치료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밝힌 그대로다. 한치의 오차도 없다”고 답했다.

충남 홍성·예산에 출사표를 던진 홍문표 전 최고위원은 “농어촌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고, 서울 양천갑에 도전한 김해진 전 특임차관은 “정치 개혁으로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을 컨셉트로 잡았다”고 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 면접은 질문 공세의 연속이었다. 주요 후보에게는 최대 10분까지 질문이 쏟아졌다. 예비 후보들이 예기치 못한 송곳 질문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후보는 “서울에 집이 두 채나 되는데 지방공천 신청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공심위원의 질문에 진땀을 흘렸고 결국 얼떨결에 “서울 집 두 채 중 한 채는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황당 답변을 내놨다.

도병욱/김형호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