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票 앞에 춤추는 꼭두각시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미FTA 폐기 주장 서슴지않아
국가간 약속 번복은 의회독재 격
아무리 급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상완 <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 >
국가간 약속 번복은 의회독재 격
아무리 급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상완 <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 >
의회에 의한 독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이다. 저축은행 특별법은 입법부가 사법부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특별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지는 이렇다. “정부의 저축은행 감독 소홀로 저축은행 예금자가 피해를 봤다. 여기에 더해서 피해자가 수만명에 달한다. 개개인이 소송을 하도록 놔두면 오래 걸리기도 하고 피해 구제가 제대로 안된다. 그러니 특별법을 제정해서 구제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입법기관(국회의원)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구제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의 원인으로 정부의 감독 소홀이 있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다음에는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이것을 따지는 일은 철저히 사법부의 몫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사법부의 결정을 구하지 않고 특별법을 제정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했음과 또 그 피해액이 얼마에 달하고 있음’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입법부가 힘으로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이고, 그것은 의회에 의한 독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도 마찬가지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19대 국회에서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FTA 반대 논리도 간단하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같은 독소조항에 반대하고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FTA가 양날의 칼임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의 트렌드에 재빨리 올라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나라다. 197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고도성장을 지속했고, 그 결과 세계 최빈국에서 중진국 대열로 합류할 수 있었다. 반대로 FTA로 피해를 입는 산업도 나오고, 궁핍화 때문에 고통을 받는 한계 계층도 생겨난다. 여기에 더해, 법 전문가가 아니라서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ISD 조항도 문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 FTA는 절차야 어찌됐든 이미 국회에서 비준됐다. 더구나 엄연히 상대국이 있는 국가간 조약이기도 하다. 그런 한·미 FTA를 19대 국회가 뒤집어 버리겠다고 한다. 양극화가 문제이니 보완을 하자거나, ISD가 문제이니 미국과 다시 협상을 해서 뜯어고치자는 주장이 아니다. 아예 폐기하겠다고 한다. 소수당으로 날치기를 당하는 설움을 겪었으니 다수당이 되면 앙갚음을 하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다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도 된다는 것일까. 이유야 어떤 것이든 결과적으로는 19대 국회가 18대 국회를, 즉 입법부가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에 의한 ‘의회 연속성의 단절’ ‘의회 독재’ 외에 달리 부를 말이 없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별의별 포퓰리즘 정책이 다 나오고 있다. 타당성이 없다고 이미 폐기된 신공항 논의가 다시 나오고, 복지라는 이름으로 명분도 없는 돈을 나눠주겠다는 공약은 나랏돈을 다 쏟아부어도 될까말까다. 다 이해한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당들이니 돈으로 사기라도 해야 할 터. 으레 선거 때가 되면 별의별 공약(空約)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눈앞에 어른거리는 표가 탐이 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아무리 표 앞에서 춤추는 꼭두각시들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하는 기본은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국회의원들 아닌가. 그들이 법의 이름으로 ‘의회 독재’에 나서면 누가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어떤 이유로도 ‘의회에 의한 독재’는 정당화될 수 없다.
한상완 <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 swhan@hri.co.kr >
피해자 구제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의 원인으로 정부의 감독 소홀이 있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다음에는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이것을 따지는 일은 철저히 사법부의 몫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사법부의 결정을 구하지 않고 특별법을 제정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했음과 또 그 피해액이 얼마에 달하고 있음’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입법부가 힘으로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이고, 그것은 의회에 의한 독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도 마찬가지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19대 국회에서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FTA 반대 논리도 간단하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같은 독소조항에 반대하고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FTA가 양날의 칼임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의 트렌드에 재빨리 올라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나라다. 197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고도성장을 지속했고, 그 결과 세계 최빈국에서 중진국 대열로 합류할 수 있었다. 반대로 FTA로 피해를 입는 산업도 나오고, 궁핍화 때문에 고통을 받는 한계 계층도 생겨난다. 여기에 더해, 법 전문가가 아니라서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ISD 조항도 문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 FTA는 절차야 어찌됐든 이미 국회에서 비준됐다. 더구나 엄연히 상대국이 있는 국가간 조약이기도 하다. 그런 한·미 FTA를 19대 국회가 뒤집어 버리겠다고 한다. 양극화가 문제이니 보완을 하자거나, ISD가 문제이니 미국과 다시 협상을 해서 뜯어고치자는 주장이 아니다. 아예 폐기하겠다고 한다. 소수당으로 날치기를 당하는 설움을 겪었으니 다수당이 되면 앙갚음을 하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다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도 된다는 것일까. 이유야 어떤 것이든 결과적으로는 19대 국회가 18대 국회를, 즉 입법부가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에 의한 ‘의회 연속성의 단절’ ‘의회 독재’ 외에 달리 부를 말이 없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별의별 포퓰리즘 정책이 다 나오고 있다. 타당성이 없다고 이미 폐기된 신공항 논의가 다시 나오고, 복지라는 이름으로 명분도 없는 돈을 나눠주겠다는 공약은 나랏돈을 다 쏟아부어도 될까말까다. 다 이해한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당들이니 돈으로 사기라도 해야 할 터. 으레 선거 때가 되면 별의별 공약(空約)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눈앞에 어른거리는 표가 탐이 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아무리 표 앞에서 춤추는 꼭두각시들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하는 기본은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국회의원들 아닌가. 그들이 법의 이름으로 ‘의회 독재’에 나서면 누가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어떤 이유로도 ‘의회에 의한 독재’는 정당화될 수 없다.
한상완 <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 swhan@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