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학술대회…초라한 '경제학회 60년'
지난 21일 오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첫째날 ‘전체회의’가 열린 연세대 대우관 지하 1층 각당헌.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올해 학술대회 메인행사장인 이곳은 450여석 규모로 마련됐으나 참석자는 150여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회의장 뒷자리에 앉아 텅 빈 듯한 모습이었다.

참석자들 중 절반가량은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급히 동원된 대학생들로 보였다. 이들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몰려나가 회의장 입구에 비치된 출석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일반 강의실에서 학회별로 진행된 분과회의도 썰렁했다.

전날(20일) 저녁에 열린 학술대회 리셉션에도 참석자가 적어 한 전직 관료는 “경제학회의 위상이 이렇게 낮은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경제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개최한 올해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주최 측이 “사상 최대 규모인 52개 학회가 참여해 43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회 회원들조차 외면했다. 한국경제학회는 회원 수만 3500여명에 달하고 나머지 51개 학회 회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회원 수가 4000여명에 달하지만, 실제로 참석한 회원은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원들은 “경제학회가 회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를 선정하지 못했다”며 “눈길을 끄는 초청인사도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전 세계에서 1만여명의 경제학자들이 참가한 전미경제학회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대거 초청해 이목을 집중시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반면 이 학술대회를 후원한 곳은 공공기관과 시중은행 대기업 등 41개사에 달했다. 경제학회가 학술대회를 경제학자들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기보다는 돈벌이에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