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는 부진한 수익률로 고민에 빠졌던 운용사들이 코스피지수 2000대에선 펀드 환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설정액 규모가 큰 대형 운용사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펀드 위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형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2조9628억원 줄었다. 해외주식형(8389억원)이나 국내혼합형(1996억원) 유출액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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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로 환매 집중

"본전 찾았으니 차익실현…" 펀드환매 러시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885억원으로 설정액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미래에셋은 작년에도 3조4954억원이 빠져나가 운용사 중 가장 많은 환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유출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펀드 수익률 회복과 함께 미진한 펀드 성과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의 전체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8.82%로 평균인 10.06%에 못 미쳐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 밖에도 한국투신운용(-4869억원) KB자산운용(-4763억원) 삼성자산운용(-4129억원) 하나UBS자산운용(-1510억원) 신영자산운용(-1487억원) 등 대형 운용사의 설정액 감소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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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 타이거200 ETF(상장지수펀드)’ 등 ETF로 돈이 들어오면서 설정액이 2138억원 늘었다. 한화(1466억원)와 교보악사(868억원) 등으로 돈이 들어왔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1’에서 1426억원, ‘KB 밸류포커스’에서 1379억원이 유출됐다. 이 펀드들은 한국투신운용과 KB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로 작년 시장 상황이 나빴음에도 최근 1년간 각각 2%와 14%대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환매 4조원 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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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수가 더 상승한다면 펀드 환매 물량은 최대 4조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2100 이상이었던 작년 4~7월 국내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이 4조1500억원이란 이유에서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에 의한 일방적인 수급 개선으로 지수가 끌려올라왔기 때문에 전고점 이상을 논하기 위해선 국내 기관의 매수가 뒤따라야 한다”며 “이 때문에 시장이 재차 상승 탄력을 받기 전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펀드 환매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펀드투자자의 주식 선호도가 높고 펀드의 주식비중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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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액티브 국내주식형 펀드의 주식비중은 작년 말 93.16%에서 지난 21일 95.85%로 2.69%포인트 늘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