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펀드' 1차 경연 1위 김현욱 펀드매니저의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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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경연에서 1위를 거머쥔 김현욱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40·사진). 김 본부장은 지난 2010년 운용업계에서 최연소인 38세에 주식운용본부장(CIO)을 맡으며 이미 '스타덤'에 올랐던 인물이다. 하지만 소형 자산운용사인 데다 은행계열사라는 후광도 없어 명성이 뭍히던 찰나였다. 게다가 주력 펀드가 1조원이 몰리는 대형 펀드가 아닌 중소형주 펀드여서 사실상 변방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러나 국내 펀드판매사 중 수위를 다투는 KB국민은행이 실시한 이번 서바이벌 경연대회 '나는 펀드매니저다'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됐다.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거들떠 보지 않던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고, 대표 펀드매니저인 김 본부장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 "시장의 변화를 담아내는 펀드가 살아남는다"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대강당.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7명이 200여명의 청중 앞에 섰다.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펀드매니저들은 서로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 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광경을 숨죽이며 지켜본 청중은 다름아닌 KB국민은행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베테랑 직원들이었다.
수익률과 수탁고, 펀드매니저의 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된 7개 펀드와 해당 펀드 대표 매니저들이 청중평가단을 상대로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친 것.
이날 무대 위에 오른 펀드매니저들은 향후 수익률 전망이 우수하거나 이미 설정액 증가 추이 등으로 검증이 끝난 운용업계 대표 유망 펀드의 주력 운용역들이었다.
KB 그로스포커스 펀드, 유리스몰뷰티 펀드, 신영프라임배당 펀드, 하나UBS IT코리아펀드, 삼성 대한민국 신수종산업 펀드, 한국삼성그룹주 적립식펀드, 현대 현대그룹 플러스 펀드 등이 그 주인공이다. 성장, 중소형, 배당, IT, 신수종 산업, 삼성·현대그룹주 펀드 등 7개 투자섹터별로 선정됐다.
행사 시작전 청중 평가단들이 개별 펀드매니저들에게 써낸 질문들은 더욱 매서웠다.
"유리스몰뷰티펀드는 중소형주 펀드인데 지금과 같은 외국인 주도 대형주 장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요?"
해당 펀드매니저들은 진땀을 흘리면서도 차근차근 향후 주식시장 전망과 이에 따른 해당 펀드의 장점 등을 어필해 나갔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 경연과 토론이 끝난 후 청중평가단은 문화방송 경연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방식으로 펀드매니저의 사진이 부착된 투표함에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최종 청중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유리스몰뷰티펀드를 운용하는 유리자산운용의 김현욱 펀드매니저가 1위의 영예를 안았다. 2위는 현대자산운용의 현대그룹주펀드 운용역인 정두선 펀드매니저가 거머줬다. 3위는 삼성자산운용 은치관 펀드매니저가 차지했다.
김 본부장은 2004년 8월 설정돼 누적수익률이 300%를 넘고 있는 유리스몰뷰티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다. 인종익 섹터투자자문 대표가 2010년까지 대표 펀드매너지로 펀드를 운용했고, 2011년 바통 터치해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정액이 1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중소형주 펀드 중에서는 '군계일학'이라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펀드 암흑기에도 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연평균 누적 수익률 또한 4.5%로, 같은기간 코스피수익률 -10.8%를 15% 이상 웃도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던 비결에 대해 김 본부장은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돼온 중소형주 펀드의 진면목을 진정성을 가지고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기존 중소형주 펀드나 가치주 펀드는 과거에 집착하고 시장의 변화를 등한시 하면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게 사실이라는 것.
김 본부장은 시장의 변화를 담아내는데 최선을 다했고 성장주와 가치주를 균형있게 포트폴리오에 담아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몰레드나 스마트폰과 같이 기술혁신에 동참한 종목들이나, 삼성전자의 비메모리투자와 연관 있는 구조적 성장산업에 함께하는 기업을 물색했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흐름을 밀도있게 쫓아가며 실적개선을 이루는 화학, 비철금속 관련주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소비성장 수혜주를 집중적으로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시장의 신뢰를 잃어온 중소형주가 최근 기관의 관심을 얻기 시작하면서 우량 종목 중심으로 수익률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경기회복 중후반부에서 가장 이익성장률이 높은 영역이 중소형주라는 점을 강조하자 청중 평가단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주식은 바닥일때 이유없이 오른다. 지금이 바로 그때"
김 본부장은 올해 주식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은 진정한 바닥일때 이유없이 오르고, 누구나 낙관할때 순식간에 조정을 받는 다는 것. 현재 주식시장은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에 놓여있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진단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도달하자 차익성 환매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현명한 펀드 투자자라면 인내할 것을 주문했다. 증시 침체기였던 지난해 하반기와 현재를 비교할 때 더 나빠질 것이 없는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유럽위기도 진정되고 있고 유동성도 여전히 충분한 상황"이라며 "부침은 있겠지만 주식시장 상승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와 관련해서는 환매보다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것을 권했다. 일반주식형 펀드 외에도 중소형주 펀드, 인덱스 펀드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장기투자를 하면 반드시 양호한 수익률로 보답받을 수 있다는 것.
이번 경연에서 1위에 올라서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김 본부장은 내달 8일 부산에서 열리는 2차 경연 준비를 위해 또다시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나는 펀드매니저다' 2차 경연대회에는 김 본부장을 비롯해 1차 경연 1-3위와 4명의 새로운 펀드매니저들이 합류해 7명이 경연을 벌일 예정이다.
1차에서 3위권에 든 김 본부장과 정두선 현대자산운용 이사, 은치관 삼성자산운용 과장이 참가하고, 새로운 4명의 펀드매니저가 수혈된다. 2차 경연에 새롭게 참가할 매니저들은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GS자산운용에서 각각 한 명씩 선발될 예정이다.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긴장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김 본부장은 중소형주 펀드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치밀한 준비를 통해 또다시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글=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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