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달 15일 발효된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재재협상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집권하면 재재협상에 나서고 성사되지 않으면 폐기도 불사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신경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미 FTA 재검토를 마치지 못한 채 발효일자를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4·11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재재협상 요구를 강도높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외통위 의원들에게조차 발효 시기에 대한 사전 언급이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까지 찾아와 독소조항 해소를 위한 재개정 협상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가 전부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한·미 FTA가 총선과 대선의 지속적인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전면 반대 투쟁에 나서는 데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 여론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한·미 FTA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면 자칫 MB정권 심판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신중한 대응 쪽으로 전략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 8일 한명숙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 폐기를 비롯한 한·미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후 보수층이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정권교체 후 선(先) 재재협상, 후(後) 폐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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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민주당은 이날 외교부의 전격적 발표가 22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앞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략적 의도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사전 예고없이 발효 시점을 그것도 예상보다 15일가량 앞당겨 발효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전면에 부각시켜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고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부가 발효 시기를 결정한 만큼 보완대책을 철저히 준비해 한·미 FTA로 국익이 증대되고 국민 모두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 주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